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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아서왕, 여기 잠들다], 마법을 걷어낸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서왕 이야기에 마법과 로맨스를 걷어내고 제 삼자의 눈으로 바라본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전제하에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용맹하고 덕망있는 아서왕과 그 기사들의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무지하고 폭력적으로 묘사 되고 있는 아서왕이 어떻게 한 이야기꾼에 의해 전설이 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아서왕

제가 제일 먼저 아서왕 이야기에 대해 접했던 것은 TV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입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만화에서의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돌에서 뽑아낸 검 엑스칼리버에서 대해서 만큼은 생생히 기억합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원작이었던 '원탁의 기사'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여전히 어렸던 저에게는 꽤 충격적으로 다가 왔습니다. 아서왕 외에도 그에게 용맹한 기사들이 있다는 내용도 생소했지만, 그것 보다도 호수의 기사로 알려진 란슬롯이 아서왕의 부인 귀네비어와 불륜에 빠진다는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 최고의 기사라고 일컬어지는 자가 충성을 바쳐도 모자랄 판에 왕의 부인과 불륜에 빠지다니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원탁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탁은 모든 이가 동등하다는 의미가 있더군요. 왠지 아서왕이 기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 수 있었던 대목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알게 되었던 또 다른 사실은 아서왕이 실존 인물 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존 인물이었던 아서왕 이야기에 용과 마법이 존재 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는 위의 부분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 구전이 되면서 다른 이야기로 남아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면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원작의 인물들은 어떤 모습으로 묘사 될까?

■ 마법사 멀린
월트디즈니 작품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 할 정도로 유명한 대마법사 멀린은 원래 원탁의 기사에서 아서왕을 도와주는 인물입니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에서의 멀린의 모습은 마르딘이라는 아서왕의 조언자이자 이야기꾼으로 묘사됩니다. 그에 의해 아서왕은 또 다른 인물로 창조 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마법사는 아니지만, 사람들에 의해 마법사로 오해를 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 호수의 여인 비비안
비비안이라는 인물은 아서왕에게 검을 건네주는 인물이자 멀린이 사랑하는 여인이기도 합니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에서는 이 책의 화자이기도 한 그녀는 그윈 또는 그위나라는 인물로 묘사 됩니다. 호수에서 아서왕에게 칼리번이라는 검을 건네주기도 하고 책 후반에 보면 마르딘이 딸과 다름없이 사랑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 호수의 기사 란슬롯
란슬롯은 원탁의 기사중 가장 용맹한 기사중에 한명입니다. 원작에서는 아서왕의 부인인 귀네비어와 사랑에 빠져 후에 내전의 원인을 제공하는 인물인 그는,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에서는 베드위르라는 기사로 분합니다. 아서왕이 아끼는 기사였던 그는 전투에서 다리를 잃으면서 절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왕비 그웨휘바르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입니다.

■ 왕비 귀네비어
기사 란슬롯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후에 내전의 원인을 제공하게 됩니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에서는 상냥한 성격에 베드위르라는 기사와 사랑에 빠진 약한 여인이지만 후에 호수에 몸을 던지는 비극적인 여인입니다. 내전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은 원작과 다르지는 않습니다.

여기 까지가 제가 기억하는 인물들이라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는 더 묘사를 못하겠네요.



어떻게 읽을 것인가?

진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역사가들에 의하면 아서왕은 실제로 존재 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 편의 역사소설 같은 이 책의 시작은 브리튼 남서부 500년경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실제로 이 당시는 로마제국이 쇠퇴하고 북부 브리튼은 몇몇 강한 군주들에 의해 작은 부족단위로 나뉘어져 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작은 부족들을 통합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르딘이라는 인물은 이야기를 통해 아서왕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 시키는 마법을 부립니다. 이것이 곧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작 원탁의 기사가 될 것입니다.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라는 책은 처음에는 지루한 전개로 시작 되지만 마르딘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위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찡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한권의 책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원작 소설을 읽어 보기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그래야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원작소설에 나오는 인물들과 비교해 가면서 읽는 더 큰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서왕은 브리튼을 하나로 통합 하는데 실패하고 죽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살아 남아 있다는 점에서 아서왕은 단지 잠들어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이 어울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