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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단막극장에서 본 연극 배고파5


단막극장은 아마도 제가 가본 대학로 소극장에서 가장 작은 규모를 자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실제로 좌석수를 세어보니 66석정도 되었고, 임시로 설치해 놓은 보조석까지 합쳐도 70석이 조금 넘을 정도니 그 규모를 대충 가늠 할 수 있을것입니다.

먼저 보고 온 친구(이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습니다)는 일찍 가지 않으면 좋은 자리에 앉지 못하니 일찍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단막극장을 찾는데에만 20분 넘게 소요하는 바람에 연극 시작 바로 전에 간신히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친구가 우려와는 달리 제가 간 날의 관객수는 불과 13명. 그것도 여성 관객 10명과 남자관객 3명이었는데 좌측에는 우리 부부를 포함한 세커플, 오른쪽에는 여성 7분이 편을 가른듯이 나누어 앉았었죠.

무대도 상당히 아담하게 꾸며져 있고, 무대의 전환없이 이 안에서 모든것이 이루어집니다.

이 연극에는 총 3명의 출연자가 나옵니다. 치매에 걸린 소아과 의사 민영, 민영을 짝사랑하는 민봉순 간호사, 그리고 민영의 옛애인 희선.

민영 : 민영은 치매에 걸려 예전 기억을 전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신연령도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변 처리도 혼자 하지 못해서 민봉순 간호사에게 항상 의지하고 있는 인물이죠.

민봉순 간호사 :  민영을 짝사랑하는 민봉순 간호사는 밥, 빨래, 놀아주기 등 민영의 뒷바리지를 혼다 다 해주고 있습니다. 거의 식모 수준이라고 할수 있죠.

희선 : 시한부 인생인 희선은 민영의 옛애인. 그녀는 민영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기억 하기를 바랍니다.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민봉순 간호사는 민영을 짝사랑 하고 있는 상황. 옛애인 희선이 찾아와서 기억을 찾게 도와 달라는 말에 시큰둥 하다가 돈에 넘어갑니다. 희선은 민영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옛기억을 들추어 내지만, 간혹가다가 제 기억이 돌아오는 민영이 선택하는것은 결국 민봉순 간호사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라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결말은 약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은 들지만, 스토리에 연연하다 보면 이 연극의 맛을 느끼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나름 재미있게 볼수 있는 연극입니다.

이 세명은 어려보이는데도 연기는 상당히 잘하는 편입니다. 전 연극을 보면서 실제로 우는 장면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희선역을 맡고 계신 분이 실제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랬었습니다. 그만큼 연기력에 있어서는 손색이 없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극을 실제로 리드하는 것은 민봉순 간호사를 맡은 분이었는데, 극이 질행 될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이분은 사투리도 구수하게 잘쓰시고 코믹 연기도 상당히 능해서 연극이 지루할 틈 없이 잘 이끌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이었는데, 워낙 카리스마가 넘치는 민봉순 간호사다 보니 세 사람의 연기가 조화를 이룬다기 보다는 죽는것이 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마치 모놀로그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배고파5는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배고파 빵을 중간중간에 나누어 줍니다. 제가 보고 있을때는 빵 네개를 나누어줬는데, 그중에 하나를 이렇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빵을 얻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다음은 저희 부부의 한줄평입니다.

 남편 : 민봉순 간호사의 코믹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하다.
 아내 : 재미있게 잘봤다. 그런데 왜 여기서도 아픈 사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얼마전에 본 뮤지컬
          마법사들에서도 주인공이 죽는데, 배고파5에는 시한부인 희선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