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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이은결의 더 일루션


어렸을 때 우리가 TV를 통해 본 마술은 카드를 활용하거나 모자에서 토끼나 비둘기를 꺼내는 등의 단순한 형태의 마술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마술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그 트릭들이 일부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마술에 대한 환상에서 조금씩 벗어납니다.

그러나 마술사들이 여기서 멈췄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 마술사들은 스케일은 더 키워 하나의 쇼로 승화시키기에 이릅니다. 이은결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이은결의 더 일루젼은 국내에게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급 마술쇼입니다.  군대에서 2년을 보내고 제대 후 준비기간에 1년을 쏟아부은 이은결이 우리 곁에 돌아와 선사하는 첫 마술쇼 <더 일루션>은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치밀하면서도 감성적인 구성에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공연 내용

전체 공연의 러닝 타임은 2시 30분(인터미션 20분 포함)정도 되며, 크게 보면 1부와 2부의 구성이 조금 다릅니다.

1부는  마술의 종합 버라이어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술에서 빠질 수 없는 여자 도우미가 등장하고 이 여자는 잘리고 사라지고 공중부양 하는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술들입니다. 처음에는 분명 어딘가에 숨어 있겠지 하고 그 트릭을 찾아낼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마술 하나하나의 타이밍이 너무 빨라서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트릭을 찾아낼려고 이은결에 맞서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세요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여자 도우미는 두명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등장하는 방식이 조금 색다릅니다. 이 분들은 무대에서 이은결과 계속해서 춤을 추는데, 마치 한편의 모던 댄스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냅니다. 

추억의 7080 마술도 나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반전의 마술입니다. 분명 눈에 보이는 트릭을 보여주면서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안에 반전이 연달아 나오는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더군요.

이은결의 트레이트마크라고 할 수 있는 카드마술도 역시 언급을 안할수가 없네요. 이 부분은 상당히 잘 알려져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역시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2부는 테마가 있는 마술입니다. 한편 한편의 마술에는 스토리가 있고 감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과의 참여가 많이 이루어지는 구성입니다.

프로포즈 이벤트는 내용을 공개하면 일부 눈치 빠르신 분들은 쉽게 알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내용은 별도로 적지 않겠습니다. 그냥 남자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은결의 양손은 정말로 유연합니다. 손가락 운동을 관객과 같이 하는데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하면서 빠릅니다. 이은결이 마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살짝 엿볼 수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이 손가락으로 라이온킹의 OST를 배경으로 그림자 쇼를 보여주는데 상당히 볼만합니다. 마술을 하지 않고 이것만 가지고 이벤트를 뛰어도 충분히 통할것 같더군요.

꼬마관객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칠판 마술 코너도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애드립으로 그 구성이 이루어지는데, 아이들의 순수함이 있어 그 재미가 배가 되었던거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  나왔던 꼬마 두명 중 한명은 시크한 면이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5살짜리 꼬마였어요. 그 아이들이 이야기한 내용으로 칠판마술이 이루어지는데 아이들의 애드립과 순수성으로 이루어져 재미가 배가 된 공연이었지요.

그 다음 테마는 이은결이 키우는 앵무새 성은 "싸"요, 이름은 "가지"의 시간여행입니다. 무려 8년을 동고동락 했다고 하는데요, 점점 이 큰 앵무새가 사라지고 작아지는 등 그야말로 앵무새 "가지"의 시간여행입니다. 이 앵무새가 앞서 등장할때도 역시 그냥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은결의 그림 마술을 통해 등장하는데 대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마지막 테마는 눈사람입니다. 역시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무대이면서 앞의 무대보다는 약한 면이 있지만, 이은결 답게 마지막 반전을 하나 숨겨놨습니다.

관객과의 호흡과 소통

이은결의 <더 일루션>은 관객의 참여가 참 많은 공연중에 하나입니다. 칠판마술때는 아이들 2명, 앵무새 알을 잡고 있을 때는 앞자리에 계신 분 한분, 프로포즈 이벤트 때는 당연히 신청한 커플, 그리고 손가락 체조를 할때는 관객 전원이 참여를 합니다.

그리고 또한 이은결은 관객과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합니다. 때로는 독백의 형태도 있지만, 마치 관객과 대화를 하는 듯한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체적으로 시간가는지 모르고 볼 수 있게 만든 큰 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은결이 생각하는 마술

이은결이 생각은 마술이란 무엇일까요? 이은결이 생각하는 마술은 환상이며 또한 누군가에게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이은결에게 마술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마술은 트릭 또는 사기 아니냐?"

이은결은 여기에 대해서 이렇게 답합니다. 누군가가 꿈을 꿀수 있다면 자기는 기꺼이 사기를 계속해서 치겠다고요. 그래서 이은결의 마술은 사기입니다.

좌석 선택을 잘하자

충무아트홀은 상당히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공연장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국립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이랑 비할바는 아니지만 대, 중, 소극장이 한건물에 들어서 있으며 건물 자체도 지은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시설은 깨끗한 편입니다. 전에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뮤지컬 오디션을 본적이 있는데, 좌석 규모도 적절하고 꽤 안락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이은결의  <더 일루션>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좌석수(1, 2, 3층으로 되어 있습니다)도 많고 무대도 훨씬 더 큽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됩니다. 전 2층 S석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지붕으로 인해 시야가 조금 가렸졌을 뿐만 아니라, 이은결이 중간중간에 관객석으로 들어와도 2층에 있다보니 그걸 스크린으로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만약 이은결의 <더 일루션>을 볼려면 1층에서 볼 것을 권장합니다. 2층 앞자리(R석)도 인터미션 동안 아주 잠시 앉아 봤는데 적절한 시야가 확보 되기는 하나 아무래도 1층보다는 못하지 않나 싶더라구요. 만일 제가 1층 앞자리에서 봤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은 보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공연을 보더라도 평은 완전 다를 수 있습니다.제가 가끔 공연평 후에 부부한줄평을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재미있게 보더라도 와이프는 재미없게 볼수 있고 또는 다른 시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지요.

그러나 이 공연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도 평점이나 별을 제 블로그에서 준적은 없지만, 감히 이 공연만큼은 5점 만점에 4.7(완변한 공연이란 없습니다)점 또는 별다섯개에 다섯개를 주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공연이었습니다. 이건 아루마루 첫 강추 공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