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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비단연서에 얽힌 사랑이야기, 오페라 <연서>


처음으로 보는 오페라의 느낌은 어떨까요? 저는 여태까지 오페라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마음속에 오페라에 대한 호기심은 가지고 있었죠.

제가 가지고 있는 오페라에 대한 이미지는 지루함입니다.

이러한 저에게 오페라를 볼 기회가 오게 되었는데, 다름아닌 세종문화재단에서 매달 진행하는 '1,000원의 행복'을 통해서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이 진행하는 '1,000원의 행복'은 신청기간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하면 추첨을 통해 관람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이번달 '1,000원의 행복'은 오페라 <연서>였습니다. 저의 경우 신청을 하고 나서 추첨에서 떨어졌지만, 공연 당일 날 취소한 분이 몇분 있었던지 잔여석을 구매 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시카고> 관람 이후 상당시간이 지나 찾은 세종문화회관은 정말 커 보였습니다. 최근에 소극장 위주로 많이 찾아 다녀서 더욱더 그렇게 느껴졌던거 같아요.

이번달 1,000원의 행복은 3층 일부 좌석만 배정 되었습니다. 1층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1,000원이라는 저렴한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 좌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처음보는 오페라인데 앞에서 졸고 있으면 안되자나요.

3층에서 무대를 내려다 보는건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1층 좌석에는 모니터가 붙어 있었지만, 3층에는 프로젝트로 빔을 쏴서 배우들의 모습을 가까이 볼수 있게 배려 했더군요. 좌,우측에는 모니터가 있어 스토리와 가사를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3층에서는 오케스트라 피트가 바로 내려다 보여서 그분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

오페라 <연서>는 3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막의 배경은 조선 한양, 2막은 일제시대 경성, 3막은 현대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제1막 : 조선 한양
가난하지만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난 도실은 재필로 인해 집안이 몰락하고 기생으로의 삶을 살아간다. 비단가게의 머슴 아륵은 당대최고의 미모를 지닌 도실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세상의 사랑을 말들을 모아 그의 머리카락으로 비단치마에 연서를 수 놓는다.

한편 도실로 인해 재산을 탕진했지만 사랑을 얻지 못한 재필은 복수를 위해 비단가게에 불을 놓고  도실을 불길 속으로 끌여 들인다. 아륵은 도실을 구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 들고 비단연서로 그녀를 감싸안고 나온다. 신비로운 비단연서로 인해 상처하나 입지 않은 도실은 비단치마를 들추지만 아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제2막 : 일제시대 경성
재능있고 여전히 미모있는 성악가수로 다시 태어난 도실은 책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비단연서를 보며 왠지 모를 아련함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극장에서 '봉선화'를 부르면서 체포되게 될 처지가 되지만, 젊음과 권력을 가지고 태어난 재필로 인해 위험을 벗어난다. 이때 재필은 도실에게 청혼하고, 노래 '봉선화'를 듣고 깨어난 아륵의 정령은 재필의 비밀을 도실에게 알려준다. 재필은 화가나서 비단연서를 칼로 찢어 버리고, 아륵은 다시 사라지게 된다.

제3막 : 현대 서울 광화문 광장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로 태어난 도실은 패션쇼 준비에 한창이다. 재력가로 태어난 재필은 여전히 도실 곁을 지키며 도움을 주고 있다. 도실은 재필이 자신이 떠나기를 바라고, 재필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스승에게 물려받은 찢겨진 비단연서를 수선하다가 도실은 정령인 아륵을 만나게  되고, 우연히 비단연서를 보게 된 책방주인에게서 비단연서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된다. 이를 완성하면 아륵과 도실은 다시 맺어지게 되겠지만 도실은 목숨을 잃게 된다. 도실은 비단연서를 완성하기로 하고 재필은 그녀를 만류하지만 결국 그녀를 위해 떠나 보내기로 한다.


안타까운 재필의 사랑

조선시대에는 도실의 집안을 몰락시키고 불길 속으로 끌고 들어간 늙은이에 불과했던 재필이지만, 그의 사랑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전생에 잘못을 저질렀을지 모르지만, 일제 강점기와 현대에 와서 그녀 곁을 변함없이 지키는 것은 사실 재필이기 때문입니다. 

아륵은 조선시대 때 흙탕물에 넘어진 도실을 모른척 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호감남이 됩니다. 물론 불길속에 끌려 들어간 도실을 구하기도 하고 비단연서를 완성하는 이에게 저주가 내린다는 것도 무릅쓰고 비단에 수를 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실에게 이렇다 할 고백도 하지 못하고 비단연서 힘에 의지한다는 면에서 별로 남자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재필에게 더 호감이 갔습니다. 아륵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이고 그만한 능력도 가진 남자입니다. 그리고 오직 그녀 하나만을 바라보는데 무엇이 더 부족할까요? 아륵은 조선시대 이외에는 정령으로 남아 있는 형태없는 남자입니다. 이런 그를 잊지 못하는 도실이 약간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단순히 전생의 업보 때문에 그럴까요? 아니면 혹시 첫사랑? 이것도 아니라면 여자는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고 그것은 은근히 오래간다? 전 아무것도 알수 없습니다. 오직 작가만이 알겠죠

오페라에 대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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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을 세어보니 대략 80 ~ 90명 정도 되더군요. 오케스트라 피트에도 대략 50 ~ 60명 정도 있었습니다. 조명, 음향 등 무대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이 무대를 준비한걸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아리아 등 오페라 음악은 정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듣기가 좀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씩 익숙해지기는 하더군요. 그리고 또 한가지 다행인 것은 가사가 한국어였다는 겁니다. 만약 언어가 달랐다면 공연내내 가사를 보느라 모니터만 보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페라를 뮤지컬과 연극과 비교해 보는 것은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오페라는 특이하게 대사가 전부 노래로 처리가 됩니다. 뮤지컬이 오페라와 연극의 '짬뽕'이라는 이야기가 이해가 되더군요. 연극이 노래없이 대사만, 오페라가 대사 없이 노래로만이라면 뮤지컬은 춤과 대사 그리고 노래가 있으니까요.

어쨌든, 나름 좋은 경험을 하고 온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또 보라고 하면?

글쎄요. 그건 그때가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꺼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