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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처음에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뮤지컬화 한 공연인지 알았습니다. 그러나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강도하 작가의 웹툰 '위대한 캣츠비'가 원작입니다. 드라마로도 방영 되었으며 영화로도 제작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원소스 멀티유즈라고 할 수 있죠.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네 남녀의 얽힌 사랑을 발랄하게 그려 내고 있습니다. 원래 원작 자체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이나 , 뮤지컬은 주요 네명의 주인공 중 가장 발랄하면서도 4차원 캐릭터에 가까운 선의 시선으로 극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뮤지컬의 전체 분위기는 밝은 편입니다.

극은 원작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편입니다. 극 중 명대사 역시 웹툰에 나오는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선의 시선으로 극이 진행 되는 만큼 다른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묘사는 빠져 있습니다. 뮤지컬은 또 뮤지컬의 장점이 있는 법. 뮤지컬에 맞게 구성은 잘 되어 있습니다.

저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를 데니안과 이연두의 조합으로 보았습니다. 제가 느꼈던 배우들의 연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역의 이연두는 발랄하게 연기를 잘 했지만 노래 실력은 조금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많이 귀여우니까 일단 모든게 용서가 됩니다.

페리스 역의 김나래는 연기는 안정적이고 보컬 실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조금 작았습니다. 발성만 좀 키운다면 앞으로 큰 기대가 되겠더군요. 

하운드의 최대철의 마지막 노래는 정말 무대를 압도하더군요. 역시 뮤지컬은 뮤지컬 배우가 해야 한다는걸 다시 한 번 느겼습니다.

부르독 역의 박기원의 입담은 손가락이 올라갑니다. 그 외에 커플매니저 역의 이승은, 몽영감역의 이상민, 몽부인 역의 양영륜은 중간중간에 여러 역할로 나와 극 중 재미에 한몫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감초같은 역할들....

뮤지컬이 끝나고 주요 배우들에게 사인도 받았습니다.

그러면 뮤지컬 캣츠비의 나오는 인물들과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 한 번 들여다 볼까요.

 캣츠비
친구인 하우드의 옥탑방에 얹혀사는 일명 백수입니다. 순진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캣츠비는 6년간 사귄 여자 친구 페르수의 일방적인 결혼 통보와 함께 그녀를 떠나 보냅니다. 그녀의 존재를 잊지 못하면서 괴로워 하지만 3일 안에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오라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어쩔수 없이 커플매니저를 통해 등급이 C인 선을 만나게 되고, 그는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합니다. 

"너를 알지 못하는 만큼 너를 더 사랑해"

극 중 선에게 이야기하는 위의 대사를 보듯이, 그는 선에 대해서 많이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는 많이 알게 되면 나중에 그만큼 상처로 남게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이를 통해 페리스와 헤어진 캣츠비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캣츠비는 아직 누군가를 새로 만날 준비는 안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 거리감을 두고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기다리는 것은 결국 이별이니까요. 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커플 매니저는 등급을 C급이라고 했지만, C급이라고 하기에는 발랄하면서도 밝은 여성입니다. 캣츠비를 누구보다도 아끼면 그야말로 조건 없는 사랑을 합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다 퍼주는 여성입니다.

뮤지컬 <캣츠비>에 등장하는 인물중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지만 결국 캣츠비와는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극중 '벽을 사랑한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선이 느끼는 캣츠비에 대해서 알 수 있으며 상당히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공감가는 내용이거든요.

"만약 페리스보다 캣츠비를 반보 먼저 만났으면 어땠을까?"

만약 페리스가 이야기 한대로 캣츠비를 반보 먼저 만났다면 그녀는 캣츠비의 첫사랑이 되어 있었을 것이고 아마도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겁니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선같이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하운드
캣츠비의 대학 동기이자 절친입니다. 캣츠비가 페리스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하운드 덕분입니다. 뮤지컬에서는 하운드의 비중이 작은 편이지만, 원작을 보면 페리스가 떠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 하운드입니다. 

뮤지컬 보다는 원작에 더 자세히 나와 있지만, 하운드도 대학 때부터 페리스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파괴적입니다.

마지막에 그는 캣츠비에게 페리스와 그의 관계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멀리 떠납니다.

 페르수
캣츠비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와 함께 절차상의 결혼을 택한 그녀. 결혼을 하고 나서도 캣츠비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이기적인 여자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녀와 나. 둘다 동시에 사랑해 주면 안돼?"

선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는 캣츠비의 말에 그녀가 하는 말입니다. 순간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문뜩 떠오르는 대사더군요. 더군다나 선이 사주는 자켓을 보고 남편에게 똑같은 자켓을 사주는 등 스토커 행위도 보입니다.

그런 그녀는 마지막에 캣츠비에게 돌아갑니다. 뱃속에 하운드의 아이를 가지고.....

마지막에 나오지만, 그녀가 캣츠비를 떠난 이유는 역시 캣츠비를 위해서였습니다.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그녀를 미워 할 수만은 없겠더라구요.

 브루독
먼저 간 아내의 흔적 하나하나 버리지 않고 페르스와 결혼을 합니다. 페리스와의 결혼 조건은 오직 하나. 전 아내에 대한 흔적에 대해서 하나도 터치 하지 않는다입니다. 

페리스가 가진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자신 삶의 틀을 깨드리지 않고 지키려는 불쌍한 남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페르스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말죠.

위 5명의 사랑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시나요?

20대때 저도 다양한 연애를 경험했었습니다. 어떤 때는 캣츠비의 모습이었을 때도 있었고, 선의 입장이었을 때도 있었죠. 그래서 그런지 위 5명의 사랑 이야기가 남일 같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20대 때는 그냥 상처였고 아픔이었지만, 어느덧 시간이 지나니 그냥 '추억'이라는 이름 하나로 남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