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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연극 <33개의 변주곡>, 인생은 변주곡


중년 배우분들의 관록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무대 연출법, 그리고 라이브로 들려주는 디아벨리 변주곡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았지만, 극 초반만 해도 연극 <33개의 변주곡>은 저에게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던 연극입니다. 아무래도 클래식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희안하게 보고나서는 여운이 오랬동안 남아 있던 연극이기도 했습니다. 무언가 망치로 얻어 맞은 느낌이랄까요?

먼저 이 연극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디아벨리 변주곡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1819년 음악 출판업자인 안톤 디아벨리는 자신의 새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자신이 작곡한 짧은 왈츠곡을 오스트라에 거주하는 작곡가들에게 보내 각자 하나의 변주곡을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작곡가 중에는 슈베르트, 체르니, 리스트, 그리고 베토벤도 포함 되어 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의 악보를 모아 한권의 책으로 모아 출판 할려는게 디아벨리의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런 테마를 '구둣방의 가죽조각'이라 악평하며 그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베토벤은 그 제안을 다시 받아 들입니다. 그해에 23개의 변주곡을 작곡하지만, 잠시 작업을 접었다가 1822년 부터 1823년 초반까지 10개를 추가하여 33개의 변주곡으로 완성합니다. 

처음에 거절했던 제안을 베토벤은 왜 다시 받아들였을까? 귀도 들리지 않는 불치병에 걸린 베토벤이 말년에 무슨 연유로 디아벨리 변주곡에 그렇게 집착을 하게 됐을까?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 캐서린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베토벤의 문서 보관소가 위치한 독일 본을
방문합니다. 그녀의 딸 클라라는 이런 그녀를 만류하지만, 마지막 논문 주제인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기 위한 캐서린의 집념은 막지 못합니다.

캐서린은 병마를 이겨가며 연구에 매진하지만 그 기원에 대힌 미스테리는 쉽게 풀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간병하기 위해 독일 본을 찾은 딸 클라라가 어느 날 '디아벨리 왈츠'를 맞춰 흥얼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한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캐서린은 변주곡에 대한 미스테리를 찾는것에만 집착했기 때문에 음악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잊고 지낸던 것이죠.  마치 그녀가 딸 클라라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그 이면만을 찾느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이 소통이 되었든 관계가 되었든 말이죠.

또한 베토벤이 작곡한 33개의 변주곡은 바하의 32개의 변주곡을 능가하기 위한 숫자도 아니고, 디아벨리를 폄하하기 위해 작곡한 것도 아닌 단순히 삶의 여러 모습을 담은 음악이었습니다. 인생의 여러 굴곡을 왈츠에 비유한다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것과 일맥상통 한다고 할까요.

교차적으로 진행 되는 무대
저는 하나의 공간은 하나의 시대 또는 상황만 연출 되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는 것이 연극 <33개의 변주곡>이었습니다. 한 무대에서 1800년대 오스트리아와 현재, 그리고 뉴욕과 본이 교차적으로 진행 되기 때문이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가 겹치면서 캐서린과 베토벤이 만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막이 바뀔 때 라이브로 들려주는 '디아벨리 변주곡' 피아노 연주는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베토벤이 변주곡을 작곡 할 때 들려주는게 아니고 막이 바뀔때마다 들려주니까요. 그런데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변주곡은 삶의 여러가지 모습을 담은 음악입니다. 결국 극에서 진행되는 상황상황 하나가 이미 변주곡이었고 캐서린이 찾고자 했던 답은 이미 극이 시작 되면서부터 나와 있었던 것이죠.

연극 <33개의 변주곡>에 출연한 배우분들입니다. 워낙 수상경력이 화려하신 분들이라 별다른 코멘트를 달게 없네요.

연극 <33개의 변주곡>은 대학로 연극투어의 일환으로 본 연극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오래 전에 올렸어야 하는데 이제서야 올리네요. 위의 사진은 연극을 보고나서 배우분들과 대학로 연극투어를 같이 본 분들이랑 단체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참고로 저 사진안에 제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