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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뮤지컬 삼총사] 비운의 여인 밀라디


버킹검 공작과 왕비의 불륜, 밀라디라는 거물급 팜므파탈, 형제들의 권력투쟁 등 막장 드라마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소설 달타냥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총사'는 달타냥 이야기의 1부격이며 '철가면'은 3부에 해당합니다.

삼총사의 영어 원제 'The Three Musketeers'에서 musket은 화승총을 의미 하는 것으로서 musketeer는 '머스켓(화승총)을 든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표현 총사라는 의미 자체도 '총을 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갖은 칼싸움이 난무하는 '삼총사'에서 총사라는 의미는 생뚱맞게 느껴 질수도 있으나 영국과의 전쟁에서 총사들이 총을 연신 쏴대는 장면을 생각하면 총사라는 표현 자체가 이상하다고 느끼기만은 어려운 것 역시 사실입니다.

뮤지컬 삼총사는 체코 뮤지컬 '삼총사'를 국내에 들여와서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각색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에 대한 재해석이 더해져 색다른 스토리로 변모했습니다. 달타냥이 가스코뉴에서 파리로 여정을 떠나는 중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 등을 만나 결투를 벌이는 등 기본적인 골격은 그대로 가지 왔지만, 뮤지컬의 첫 장면부터 밀라디가 왕에게 철가면을 씌어 투옥 시키는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총사'와 30년 이후에 벌어지는 '철가면' 이야기가 겹치는 등 연대와 스토리가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스토리는 삼총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보여 주는 방식으로 진행 됩니다. 각 캐릭터에 대한 해설에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어 전체적인 스토리의 개연성은 떨어지는 거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전체적인 극의 흐름은 아토스와 밀라디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비운의 여인 밀라디

원작 소설에서의 밀라디는 계략에 능하고 악랄한 캐릭터인데 반해 뮤지컬 삼총사에 등장하는 밀라디는 한 남자에게 버림받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비운의 여인입니다. 삼총사 중 아토스와 아라미스가 밀라디와 얽힌 과거가  있는데 그 둘의 기억과 밀다디에 대한 해석이 다른건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다면 한 여자에 대한 두 남자의 기억이 어떻게 다른지 한 번 볼까요?

바람기가 다분한 아라미스는 과거 유부녀인 밀라디를 사랑했었습니다. 밀라디가 그를 사랑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밀고 당기기에 다분한 재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 아라미스를 적절히 유혹하지 않았나 생각되어 집니다.
 
그녀의 남편은 이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자신보다 더 밀라디를 사랑 할 수 없어"라는 말로 아라미스를 자극합니다.  이에 아라미스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지만 총알이 없어 실패로 끝나고, 자신보다 더 밀라디를 사람하는 모습을 본 남편은 이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자살을 택합니다. 이후 밀라다는 그녀의 남편 재산을 가로채어 사라지고 아라미스는 그녀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기억만을 가지게 됩니다.

아토스가 기억하는 밀라디는 다릅니다. 그녀는 애교가 넘치고 여성스럽습니다. 그러나 둘사이에는 아픈 기억이 존재했습니다. 계략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고자 밀라디는 그녀의 아버지를 데리고 성에서  빠져나가는 사이 왕의 명령을 받고 온 아토스가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막아 선 것입니다. 무고하다면 풀려 날 수 있을것이라는 아토스의 고집으로 인해 그녀의 아버지는 결국 사형에 처해지게 되고 밀라디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후에 밀라디는 아토스 일행을 한번 도와 주게 되는데 정작 자신은 다시 버림 받게 되는 비운의 여인입니다. 왕을 보호하고자 그녀를 챙기지 않고 무너져 가는 감옥에 그녀를 혼자 방치해 버린 것이죠.

그렇다면 원작 소설에서의 밀라디는 어떨까요? 그녀는 수녀 출신으로서 수도사를 꼬셔 수도원을 빠져 나오면서 여러 사건을 거치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녀의 미모에 반한 아토스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살인자의 낙인인 백합을 그녀의 어깨에서 발견하면서 그는 그녀의 목을 메어 죽입니다. 사실 죽었다고 생각한 밀라디는 살아 있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계략에 능한 밀라디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녀의 마지막은 콘스타스를 죽음을 보고 분개한 달타냥에게 살해 당하면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원작 소설에서의 밀라디는 비운의 여인이라기 보다는 비극적 삶을 산 여인에 가깝습니다.

앞에 사설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지금부터 뮤지컬에 대한 간단한 평을 시작하겠습니다.

매표소가 있는 2층에 올라가자 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것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화환이었습니다. 지난달에 여기와서 '이은결의 일루션'을 볼때만 해도 이정도까지 많지 않았는데 정말 많은 화환이 놓여 있더군요. 그것도 중국, 대만, 한국, 일본 팬들이 보낸 것들입니다. 화환 밑에 놓여 있는 것은 쌀포대로서 불우한 이웃들에게 기부 되는것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연예계에 관심이 적다보니 슈퍼주니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오늘에 와서야 그 인기를 새삼 느꼈습니다. 상당수의 객석은 규현을 응원하러 온 해외 팬들이 차지 했고 공연장 내부의 조그마한 화면은 일본어로 자막이 나왔습니다. 새삼 한류가 이런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상당부분이 각색되어 100% 원작의 흐름을 따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삼총사와 철가면을 적절히 섞고  개릭터 분석을 다시 해서 전혀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내었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 되겠네요.

오늘의 캐스팅 보드입니다. 그야말로 호화 캐스팅이지만 사실 눈에 띄는건 딱 두 배우였습니다. 그 두 배우는 아라미스 역의 최수형과 밀라디역의 서지영이었습니다. 발성, 대사 전달력, 성량, 노래를 두루 잘 하더군요.

뮤지컬 삼총사는 '여자에게 한을 품게 하면 안된다'는 진중한 메시지를 제외하면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뮤지컬입니다. 극을 무겁지 않게 조절하면서 적절히 유머를 섞어가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때문입니다.

주옥 같은 뮤지컬 넘버들은 뮤지컬 삼총사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이기는 하나 이것을 100%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나마 밀라디역의 서지영이 부른 '나는 버림 받았어'는 버림 받은 여인의 애절함을 잘 풀어냈으며, 달타냥과 삼총사가 부르는 "우리는 하나"는 잘 살려낸거 같더군요.

프랑스 왕궁을 무대로 한만큼 무대의상과 세트에는 상당히 화려했지만 그것에 비해 연출은 약간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달타냥이 마차에 올라타는 장면에서는 "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였는데, 저렇게 연출 할꺼면 차라리 해당 씬을 빼는게 낫지 않을까 싶더군요.

가장 인상에 남는 씬은 크게 두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포르토스가 과거 해적왕 시절을 회상하면서 군무를 하는 장면입니다. 위의 사진은 프로그램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진을 보는 바와 같이 사나이다움이 물씬 풍겨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두번째 씬은 마지막에 근위병에 맞서 싸우는 달타냥과 삼총사가 벌이는 칼싸움 장면입니다. 거침없는 칼싸움 대결이 벌여지고 있다고 했더니 갑지기 매트릭스 같은 효과를 주거나 다른 사람은 정지한 듯이 멈춰있고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대결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부 한줄평
남편 : 오늘 너의 한줄평은 뭐야? 응? 응? 응?
아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