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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연출이 돋보였던 연극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카페 주인인 죠바니가 우리에게 책 한권을 읽어줍니다. 이는 프로스페르 메리리가 여행기 형태로 쓴 단편소설 '카르멘'입니다. 곧이어 죠바니는 책 속의 화자인 고고학자로 분하여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데, 이후 진행 되는 내용은 원작 소설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원작 소설은 총 4장으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1장은 고고학자가 스페인을 여행하며 돈호세와 카르멘을 만나는 과정을, 2장은 고고학자가 돈호세를 감옥에서 재회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돈호세가 화자가 되어 카르멘에 대한 만남과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한 문체로 담고 있습니다. 4장은 메리메가 직접 화자가 되어 집시에 대한 역사와 특징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에서는 제외 되어 있습니다.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의 전체 스토리는 원작소설의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캐릭터에 대한 해석과 연출은 색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해석

■  돈호세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에 등장하는 돈호세는 한마디로 '찌질남'입니다. 원작소설에의 돈호세는 조금 담담한 인물로 그려져 있고 살인은 대부분 우발적으로 일어나지만, 이 연극에서 그는 카르멘에 집착하고 그녀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 남자로 그려져 있습니다. 뭐, 워낙 원작소설이 사건을 나열하는 형태를 취하고 구체적인 캐릭터에 대한 성격을 묘사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 해석이 크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연극을 보는내내 참 못난 남자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  카르멘
카르멘은 자유분방하면서도 팜므파탈적인 요소가 잘 부각 되었습니다. 때론 천박해 보이면서 관능적인 카르멘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카르멘보다 훨씬 원작에 더 가깝게 묘사 되어 있습니다.


■  가르시아
가르시아는 오페라에는 등장하는 않는 카르멘의 남편입니다.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에서의 가르시아는 애꾸눈은 아닐뿐만 아니라, 아내인 카르멘을 크게 구속하지 않으면서 아내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아는 남자입니다.


■  루카스
오페라에는 멋들어지게 나오지만(오페라 이름은 에스카미요) 원작에는 그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단진 돈을 많이 버는 인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  영국사람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에 등장하는 영국사람은 상당히 코믹한 캐릭터입니다. 스페인 말을 잘 못하는 면은 원작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연극에서 웃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색다른 연출

■  음향효과
연극에는 백그라운드 음악이나 상황에 맞는 소리를 내기 위한 여러가지 음향장비가 사용됩니다. 원하는 소리가 없는 경우 배우들이 직접 녹음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들 하죠. 이 연극에서는 음향 장비 사용은 최소화 하면서 콘트라베이스, 캐스터네츠, 드럼 등을 사용하여 직접 음향효과나 음악을 소화해 냅니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이 악기들은 때론 음악을 위해 아니면 단순 효과를 위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대 위에 배우들이 칼을 긋는 시늉을 할 때, 콘트라베이스 현을 이용하여 칼을 긋는 효과를 내는 방식이죠.

■  노래극?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은 엄연히 뮤지컬은 아니지만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춥니다. 뮤지컬과는 거리는 약간 멀지만 노래극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까요? 또한 무대 위에 나오는 노래와 음악은 다른 음악을 차용하거나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음악의 일부도 사용하는 등 퓨전극 같은 모습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  색다른 연출
TV나 영화에 베드신이 존재 하듯이 연극에도 엄연히 베드신은 존재합니다.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나 '바이올렛' 같이 상당히 수위 높은 베드신도 있지만 '극적인 하룻밤' 같이 코믹하게 그려내기도 합니다. '책 읽어주는 죠바니 카르멘'에서 베드신은 색다릅니다. 침대는 수직으로 세워지고 두 배우가 포옹한 상태에서 침대 뒤에서 여러 배우의 팔이 나오는데, 15도, 30도, 90도에서 벌어지는 베드신은 충분히 관능적이면서도 신선합니다.


베드신 말고도 인상적인 장면이 한장면 더 있었는데, 그것은 돈호세가 카르멘을 죽이는 장면입니다. 수도사들이 카르멘을 어깨에 메고 퇴장하는 장면은 죽음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마음에 들었던 장면 중에 하나입니다.

 

잘못된 만남

돈호세는 군인이라는 제복이 대변하듯이 규율이 지배하고 정형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군인입니다. 반면 카르멘은 자유를 사랑하는, 즉 어디에 정착하지 못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집시입니다. 이런 두 사람의 만남은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입니다.    

제 아무리 돈호세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카르멘과 같은 밀수업자의 삶을 살아간다 해도 그는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오히려 카르멘의 남편 가르시아가 그녀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르시아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놀아나도 그냥 방치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해 못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구속보다는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그냥 내놓는 카르멘을 보고 있노라면 가르시아가 더 현명 할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면서 카르멘을 선택했던 돈호세는 정말 카르멘을 사랑했을까요? 아니면 단순한 집착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정열적인 삶을 살았던 카르멘에게 돈호세는 단 하룻밤의 불장난이었을까요? 그것 역시 알수가 없습니다.

뭐, 결론은 여자는 참 어렵습니다.....

 부부 한줄평

나 : 죽음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다니....
아내 : 연출이 아주 기가막히네!

사진출처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카페( http://cafe.naver.com/quf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