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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워커힐 쇼 '꽃의 전설' 눈이 즐거운 공연


우리나라 최초의 넌버벌퍼포망스(비언어공연)라고 할 수 있는 '난타'가 97년 초연 될 당시만 해도 비언어극은 굉장히 생소한 장르였습니다. 저도 당시 정동극장에서 도마부터 야채까지, 주방에 있는 모든 재료와 요리기구를 악기로 쓰는 난타를 봤을 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드럼 페스티벌을 통해 본 '도깨비 스톰'의 맛보기 공연을 본후 바로 '도깨비 스톰' 공연을 예매 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셜아츠를 주제로 한 '점프' 공연을 보았었죠. 하지만 이게 제가 봤던 넌버벌퍼포망스 공연의 마지막 이었습니다.

이렇게 중단 되었던 넌버벌퍼포망스 관람은 최근들어 기학학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스트릿 댄스 배틀을 배경으로 한 '리턴 오리지날, 그림을 소재로 한 '드로잉쇼:히어로', 비보이와 발레리나의 사랑을 다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타악그룹 드럼캣의 '드럼캣츠, free your soul', 힙합쇼를 연상케 하는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 춘향연가를 바탕으로 만든 '미소-춘향연가' 등 작년말 부터 상당수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최근 반년 동안 본 공연 중 넌버벌퍼포망스만 추려 냈는데 제 자신도 놀랄 정도로 본 작품이 상당수 되네요. 그만큼 제가 공연에 무관심해 있는 동안 상당한 많은 양의 넌버벌퍼망스가 생겨났고 생기고 있다는 반증도 되겠지요.

이런 공연은 한국어를 이해 할 필요없이 온몸으로 표현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상당수 외국인 관람객을 심심치 않게 구경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상품인 셈이죠.

사설이 너무 길어졌네요. 최근 들어 비언어 공연을 한편 더 보았는데, 그것은 지금 부터 리뷰 할 '꽃의 전설'입니다.

꽃의 전설은 미르와 아라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미르는 순우리말로 '용'이라는 뜻이고 아라는 '바다'라는 뜻입니다.

대략적인 스토리

1막 꽃천지 만남


절벽에 핀 꽃을 가지고 싶어하는 아라를 위해 미르는 꽃을 꺽어주고, 첫눈에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이 장면에서 부채춤을 춘다고 하는데 저는 공연 시간에 조금 늦어서 이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부채춤의 화려함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너무나도 아쉬웠죠.

제 2막 물과 불의 천지 사랑


시작부터 미르의 무리들이 파워풀한 타악 퍼포망스를 보여줍니다. 미르와 아라는 뱃놀이를 하 고 붉은 꽃가루가 휘날리며 이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의식이 진행 됩니다. 그러다 갑자기 마마왕이 나타나 아라를 잡아갑니다.

3막  바람천지 시련


미르는 아라를 구하기 위해 마마왕의 소굴에 부하들과 같이 잠입하여 태권도로 마마왕 일당들을 소탕하고 아라를 구해 냅니다.

4막 황금천지 결혼

미르와 아라는 결혼을 하면서 모든 것은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간단 감상평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꽃의 전설'은 눈이 상당히 즐거운 공연입니다. 다양한 의상과 다양한 군무는 상당히 화려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넌버벌 퍼포망스가 적은 인원으로 승부하는대 반해, '꽃의 전설'은 드물게 50명 이상의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당연히 규모면에서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대규모의 배우들과 화려한 의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작진이 상당한 비용을 들인 것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꽃의 전설'은 종합 버라이티 쇼 같습니다. 스토리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퍼포망스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퍼포망스가 진행 되는 동안 나오는 것들은 부채춤, 난타를 연상하게 하는 타악 퍼포망스, 태권도 군무, 비보이, 현대무용, 사물놀이, 외줄 타기 등 한국의 문화적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잘 녹여냈습니다. 전 이것들을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봤습니다.

T자형 무대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공연장이 무대를 중심으로 진행 되는데 반해,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하게 하는 T자형 무대가 중앙 무대 앞에 놓여 있어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공연 자체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스토리는 젊은 세대들이 보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마마왕이 등장할 때 용이 움직이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사용 할 때는 무언가 투박해 보입니다. 요새 대형 뮤지컬계에서 활용하는 프로젝트 효과는 아주 화려하니 비교가 되더라구요.

어쨌든 '꽃의 전설'은 분명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면도 있지만, 외국인이 주로 숙박하는 워커힐 공연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괜찮은 작품입니다. 스토리와 연출을 조금만 손질하면 롱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계속적으로 아쉬움이 남기는 하네요.

여튼,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전 화려한 의상과 다양한 군무 덕에 아주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특히 외줄타기는 태어나서 처음 봤는데, 정말 아슬아슬한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