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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연극 <연>, 역사속 잊혀진 이들의 이야기


1895년 10월 8일과 1979년 10월 26일은 각각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10.26 사태가 발생한 때이다. 이 두 사건의 연관 관계를 논문으로 준비중인 대학원생 신재순은 어느날 그녀의 친구와 함께 광화문을 월담하게 되는데 갑작스럽게 과거화 현재, 그리고 미래가 뒤엉키게 된다.

연극 <연>은 이후 이 둘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연극이다. 



역사속 잊혀진 이들의 이야기

신재순은 과거로 이동 할 때 또다른 '신재순'으로 분하게 된다. 어쩌면 분한다기 보다는 보인다가 정확할지 모르겠다. 과거로 돌아가 1895년에는 훈련대에 갖 들어온 막내를, 1979년에는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 낙하산으로 들어온 막내를 조우하게 된다.

이 둘은 '신재순'이라는 여인을 사랑하는 공통점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사건이 일어나기 전 갈등은 하지만 어쩔수 없이 역사의 흐름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들이다. 또한 역사속에 이름은 올리지만 이들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은 우리와 똑같이 사랑하는 여인이 있고 일반 사람들과 다를바 없지만, 역사속에는 죄인 또는 테러범 정도로 기억 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담한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담했던 안했던 간에 역사에 미치는 영향 역시 미미했을 것이다. 

이들은 엄연히 '역사속 잊혀진 사람들'이다. 한번도 그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는 자신이 조금 부끄럽게 여겨졌다.

소품과 무대배경

처음 객석에 들어서면 무대 위에는 장미 한송이를 가지런히 놓은 10개의 투명한 상자를 볼 수 있다. 연극이 진행 되는 동안 알게 되지만 이것이 연극 <연>에서 사용하는 가장 큰 소품이다. 소품은 무대 양쪽 끝 철제걸이에 걸려 있는 와인병과 와인잔 그리고 중간중간에 사용하는 권총 정도로 사용되는 소품은 정말 적다.

연극 <연>에서는 또한 그 흔한 무대배경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뒷배경은 검은 천으로 가려 있고 가끔 밤하늘을 표현하기 위한 작은 전구가 켜지는 것이 전부다. 

소품과 무대배경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연극 <연>에서는 배우들을 최대한 활용한다. 배우들은 연기뿐만 아니라 소품 역할을 대신 한다. 플라스틱 박스 위에 올라가서 기둥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웃음코드를 던져주는 역할 뿐 아니라 시공간의 흐름을 빠르게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거 같다. 또한 무대 위에 배경 등이 없으니 무대 활용를 상당히 넓게 하는 편이다. 아마도 이런 연출은 소극장이 즐비한 대학로여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감상평

연극 <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작은 창대하나 뒤로 갈수록 산만하다"라고 할까. 시작은 굉장히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산만해지고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다시 말하면 스토리(시놉시스)는 상당히 괜찮았지만 이를 잘 버무리고 풀어가는데 무언가 2% 부족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연극이 끝나고 나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연기자들의 연기는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인상깊게 본 김소진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해 보는내내 배로 즐거웠다. 하지만 일부 연기자들의 발성이 불안정한건지 음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대사 전달력에서는 문제가 있었다. 크게 집중하지 않는한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것은 연극을 산만하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같이 동행했던 와이프도 나와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괜찮은 연극인데 무언가 부족해. 그리고 남자 배우들의 대사가 잘 안들렸어"

마지막으로


연극 <연>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2관에서 공연하고 있다. 입장은 선착순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편한 좌석을 골라 앉으면 된다.

무대를 넓게 활용하기 때문에 타 공연과는 달리 앞좌석 보다는 적당히 뒷좌석을 골라 앉는 것이 전체 무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