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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뮤지컬 <표절의 왕>, 패러디가 가득


뮤지컬 <표절의 왕>을 보기 전 와이프가 걱정합니다.

"블로그 글을 몇개 읽어 봤는데 재미가 없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습니다. 안그래도 와이프는 오늘 어떤 연극이나 뮤지컬을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얼굴에 '나 피곤해'라고 써 있었거든요. 아무리 재미있는 연극이나 뮤지컬도 피곤하거나 짜증나 있는 상태에서 보면 재미가 반감 되기 마련입니다. 최소한 제 경우는 그랬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제 와이프는 예상대로 상당히 지루하게 봤습니다. 전 반대로 상당히 즐겁게 관람했죠.

'표절의 왕'은 대학로에서도 꽤 큰편에 속하는 극단 중 한곳인 원더스페이스에서 공연했습니다.

오늘의 캐스팅입니다. 출연하는 인원은 총 5명입니다.


시놉시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때는 1992년.

발표하는 곡마다 표절시비에 휘말리는 작곡가 조난파는 라디오 생방송 도중 한 청취자에게 표절에 관련된 기습 질문을 받고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기자를 피해 집에 첩거하던 조난파에게 어느날 자신이 '사의 찬미'를 부른 '심순덕'이라는 여성이 나타나고,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집니다.

스토리는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예를들어 조난파와 심순덕이 시장을 한 번 갔다 왔을 뿐인데 아무 이유없이 둘은 어느새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있는 식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게 이 뮤지컬의 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유명한 인물이 1992년에 나타나서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 모든것이 꿈이었고 조난파는 창작에 대한 열의를 불태운다라는 식의 스토리는, 어디서 한번쯤 봤을뻡한 이야기 입니다. 다시 말하면 스토리조차 패러디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거든요.

또한 조난파는 홍난파의 이름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그런데 이 이름 역시 그냥 넘어가면 아무것도 아닐것 같지만 윤심덕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상당히 중요한 이름입니다. 윤심덕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성악가로 '사의 찬미'를 부른 것과 유부남 김우진과 동반자살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본 유학시절 홍난파와 인연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조난파와 윤심덕의 만남은 단순 만남이 아닙니다.

스토리 자체도 패러디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이 뮤지컬에서 잘 들여다 봐야 할 것은 스토리가 진행 되는 동안 곳곳에 숨어있는 패러디 들입니다.

시작부터 보면 조난파가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은 '반짝반짝 빛나는 밤'에 입니다. 이는 '별의 빛나는 밤에'를 패러디 하고 있죠. 표절 시비로 인해 한 기자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데, 이 기자는 먼데이서울 기자입니다. 먼데이서울은 다시 말하면 '선데이서울'을 이야기 하는 것이겠죠. 시장에 가서 보게 되는 사람중 한 사람은 서태지의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1992년 당시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상당히 유명한 라디오 프래그램 중 하나였고, 1992년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는 해이니까요. 그리고 선데이서울은 가판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잡지 중에 하나였습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패러디들도 있습니다. 소년시대의 안무, 조난파가 작곡 할때 자주 연주하는 유키구라모토의 음악 등이죠.

많은 음악들도 패러디 하고 있습니다. 그 중 당연 압권은 누가 뭐래도 강억수 사장이 부르는 '표절 메들리'....


커튼콜 시 사진촬영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