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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아내의 만행 그리고 건방진 포즈의 수리


최근 제 아내의 코는 개코라 해도 무방 할 정도로 예민해져 있습니다. 옆집에서 무슨 요리를 했는지까지 맞힐 정도니, 과연 마약견과 승부하면 누가 이길까 궁금할 정도입니다. 코가 예민해진 만큼 남편은 피곤해집니다. 쓰레기도 자주 비워야 하고, 화장실 청소도 평소보다 자주 해야 하니까요.

최근에는 빈혈증상까지 더해졌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별 본적 있어?"라고 묻지만, 사실 별은 하늘을 보면 다 보입니다.

얼마전 부터는 코에서 코피가 자주 나옵니다. 아내는 이러다 죽는거 아니냐며 남편을 괴롭힙니다. 의학지식이 전혀 없는 남편이 의지 할 수 있는건 역시 블로그. 읽어보니 아주 지극히 정상이랍니다. 대신 철분을 많이 먹으라는 글 때문에 그 날 바로 오렌지 쥬스를 사와야 했습니다.

증상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슬슬 아내는 또다시 걱정이 되나 봅니다. 결국 병원을 다녀오라고 했더니, 군말안하고 다녀 오더군요. 이럴땐 참 말 잘 듣습니다.  
     
아내의 이 모든 증상은 몇몇 이웃분은 짐작하셨겠지만, 바로 아내 뱃속에 있는 용수리 때문입니다. 

사실 아내의 만행(?)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수리를 가지고 인질극까지 벌이니까요.

"난 너의 인질을 데리고 있다."라는 식으로 요구사항을 말하곤 합니다.
(아빠가 미안해 ㅠㅠ)

그리고 초음파 사진을 찍고 오는 날은 그야말로 오바쟁이가 되곤합니다. 아이가 떠 다니면서 잘 논다는 등 그야말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어! 그래 정말 잘 노네. 고넘 신기하네." 맞장구를 쳐주지만, 사실 그냥 떠다니는 모습으로 보일때는 저도 사실 맞장구 쳐주면서도 난감합니다. 한편으로는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 보면 , 나름 그것대로 괜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아내가 다운증후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날, 아내가 "수리가 건방져" 하면서 신이나서 말합니다. 대체 어떤걸 봤길래 미심쩍었지만, 막상 사진을 보니.....
 

손을 뒤로 하고 아주 편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그야말로 건방진 포즈.

어머니가 이 사진을 보시면서 던진 한마디, "아빠 닮았네!". 그말을 들으니 왠지 그런것 같기도 하면서 애착이 더 가는 느낌이랄까요.

 "드래곤 볼에 나오는 후리자 닮았네!"라고 처제가 말하니 또 그런것 같기도 하고....

생명이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위와 같이 먹고살기 위해 연습을 하고 나온다는 점입니다. 뱃속에 있을 때 손가락을 빨며 미리 젖빠는 연습을 한다고 듣기는 했지만, 막상 사진으로 보니 느낌이 확 다르더라구요.

"너도 먹고 살려고 별의 별짓 다하는구나"

이상 예비 아빠의 잡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