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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연극 블루룸, 육체적 사랑이 충족되는 순간 관계는 소멸된다


연극 블루룸은 1998년 런던 초연 당시 니콜 키드먼의 전라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당시 기사를 읽었을 때, 아무리 니콜 키드먼이 톰크르즈와 이혼을 했다고 해도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에는 나름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작품이죠. 실제로 니콜 키드먼은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작품을 거머 쥐었고, 단순히 이쁜 배우가 아닌 연기자로서 거듭난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후 라이겐이나 블루룸이란 이름으로 대학로 등에서 공연 된바 있지만, 실제로 보게 된건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에서 김태우와 송선미의 주연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럴때 보면 미디어와와 광고의 힘은 대단합니다. 저의 경우 광고를 보고 이 연극을 보고 싶어졌으니까요.

연극 블루룸은 총 10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됩니다.

에피소드 1 : 길거리 소녀와 택시 기사
에피소드 2 : 택시 기사와 가정부
에피소드 3 : 가정부와 학생
에피소드 4 : 학생과 유부녀
에피소드 5 : 유부녀와 정치가
에피소드 6 : 정치가와 모델
에피소드 7 : 모델과 극작가
에피소드 8 : 극작가와 여배우
에피소드 9 : 여배우와 귀족 
에피소드 10 : 귀족과 길거리 소녀

원래 이 작품의 원작은 슈니츨러의 작품 '라이겐'입니다. 1950년대에 프랑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라농드'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라이겐의 뜻은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윤무라는 뜻이 담겨있는데, 이 연극을 보면 10개의 스토리는 원을 그리듯이 하나로 이어지게 됩니다. 참고로, 각 스토리에는 성적행위가 꼭 포함 되어 있으며 다음 에피소드에는 꼭 전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물 중 한명이 등장하게 됩니다.

슈니츨러가 처음 이 작품을 썼을 때 그는 오로지 친구들 사이에서 읽혀지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뜻과 달리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고 공연 되면서, 오늘날 이르어졌다고 봐야겠죠. 물론 현대적 해석이 더해지면서 말이죠.

그는 극작가 이지만 한편으로는 의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점에서 보면 그는 매독이 사회에 어떻게 전해지는가에 대한 것을 생각 하다가 이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연극 블루룸은 김태우와 송선미의 노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노출의 강도는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노출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요새 대학로의 노출강도를 생각하면 상대적이죠.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연극이 19금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노출 보다는 성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극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이지만, 연극 블루룸은 어느 배우가 이 배역을 맡던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이 될듯 합니다. 2인극이지만 10개의 에피소드에서 미세한 감정의 차이를 표현해야 하고 각자 5명의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것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거든요. 배우라면 한번쯤 욕심 내볼만한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해 간단히 평하자면...

김태우는 역시 연기파 배우답게 매끄럽게 배역에서 배역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일부 캐릭터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 주지는 못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송선미는 역시 여배우 답게 여배우 역할에서 만큼은 확실한 색깔을 보여 주었습니만, 다른 캐릭터에서는 그냥 귀여운 소녀의 느낌이랄까요. 다른 역할에서마저 계속 같은 인물이 겹쳐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둘이 연습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 한 만큼, 아직은 부족하지면 공연 후반으로 가면 많이 보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육체적 사랑이 충족되는 순간 관계는 소멸된다"라는 포스터의 글귀처럼, 아무런 부가 설명없이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는 사라지고 바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 갑니다.

여기서 눈 여겨 볼 세가지 포인트.

첫번째, 10가지 에피소드에는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가, 학생 등등 말이죠.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성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방을 유혹할 때 사용되는 방식과 언어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인물이어도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미묘하게 차이가 나타납니다. 

두번째, 가끔 조명으로 비춰주는 시간입니다. 두 사람이 관계를 가질 때 무대 위의 조명은 꺼지고 대신 위에 숫자로 된 조명을 비춰주는데, 이는 두사람이 관계를 맺는 시간입니다. 잘 보면 상대에 따라 시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전, 이 숫자의 의미를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세번째, 인물들의 성적 차이점입니다. 부부관계는 밋밋 하지만, 불륜이었을 때 두 사람의 정열적인 모습은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이 연극을 보면서 느낀 점은 참 슬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각 관계가 끝날 때마다 흐르는 배경 음악 때문에 그런건지 아니면 블루 라는 색감이 주는 느낌 때문인지 몰라도 그냥 슬프더군요. 하지만, 스토리는 전혀 공감대가 형성 되지 않았습니다. 육체적인 관계만 남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랄까요. 아니면 제가 이 연극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