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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wins

난 쿨하지 못한 남편이자 LG팬이다

넥센만 만나면 작아지는 LG. 오늘은 상대 투수가 제구력 난조를 보이고 있어 무사 만루 기회와 1사 만루 기회 등 득점 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보인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좋은 기회들은 그냥 허무하게 날려 보내고 만다.  오히려 이번에는 선발투수인 김광삼이 높은 볼만 내리 뿌리다가 위기를 자초하고 만다. 무사 만루 기회. 왠지 LG는 만루 기회에 점수를 못냈지만 넥센은 점수를 낼 것만 같다. 이어지는 타선은 LG에 있을 때 허리 부상 등 잔부상으로 제대로 시즌을 뛰는 것을 보지 못한 이택근과 안타깝게 트레이드 시킨 4번 타자 박병호.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이들이 점수를 내면서 점수는 3점차로 벌어지고 만다.

"에이! LG가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궁시렁 거리고 있자, 옆에 있던 와이프가 한마디 거둔다.

"역시 쿨하지 못해~!"

"누가 쿨하지 못해?"

"누구는 누구야? 너지! 그렇잖아. 어제 같은 경기에서는 이기는게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분석하면서 조용히 보더니, 오늘 같이 지고 있을 때는 그럼 LG가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궁시렁 거리면서 보잖아. LG가 넥센한테 작년부터 4연패 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최근 3연승 하고 있는 것만 생각하고 LG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말야. "

난 이렇게 야구 경기를 보면서 쿨하지 못한 남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실 야구를 보다보면 한경기에 기분이 좌지우지 될때가 있다. 와이프가 LG가 진날은 짜증을 많이 낸다고 해서 알았지, 그런 지적이 없었다면 아마도 내가 그러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3단계가 있다고 한다.

1단계는 야구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관람하는 단계로 한마디로 입문 단계다. 2단계는 특정팀이 이기고 지는 것에 크게 좌지우지 되는 감정이입단계다. 3단계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해 그냥 야구가 좋아 특정팀 상관없이 야구를 보는 단계란다.

LG가 이긴 날에는 기분이 좋아서 아이러브베이스볼, 프로야구 야 등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면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챙겨보기, 기사보기, 쌍마 상주 등 아주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진 날에는 과감히 TV Off 하는 것을 보면 난 이 2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최근 몇년동안 LG가 이긴 날 보다 진 날이 더 많았으니 1년에 최소 2~3달은 기분이 안좋은 상태로 있다는 뜻도 된다.

질 때 일희일비 하는 날 보면서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 한 적도 있었다.

"LG를 왜 응원해? 그냥 강한 팀은 우리편 하면서 SK 같은 팀을 응원하면 되잖아?"

이건 정말 모르고 하는 말이다. MBC 청룡 어린이 회원 출신에게 이것은 부모를 바꾸라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또한 이렇게 야구에 열광하는 날 보면서 직장상사는 종종 이렇게 묻곤 했다.

"LG가 이기면 돈이 나오냐? 아니면 밥을 주냐?"

사실 그렇다. LG가 이긴다고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야구장을 찾는다고 입장료, 간식비용, 응원도구를 산다고 돈이 더 들어가면 들어갔지 나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있다면 이겼을 때의 희열과 알 수 없는 자신감?

이렇듯 야구는 현재 내게 있어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LG가 지는 날이 많아지면 우울해 지는 날도 더 늘어 날 것이고, LG가 올해도 가을에 야구를 하지 못한다면 낙담하는 횟수도 더 많아질 것이다.

어쩌면, 100% 승률이 존재하지 않는 야구의 특성상 쿨하지 못한 남편이자 LG팬으로 영원히 그대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