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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모성애의 발명, 모성애는 본능인가 발명인가?

 

 

독일은 출생율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수십 유로를 쏟아 붙고 있는데, 출산장려수당만 해도 자녀수당, 돌봄수당, 모성수당, 교육수당, 세금혜택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까지 무상교육을 제공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러운 복지 혜택이다. 이정도 혜택이면 아이 한둘은 더 낳아도 낳을 것 같은데 독일에서 이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왜 그럴까?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은 출생율이 떨어진 것은 오늘날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과거에도 존재했던 논쟁이었으며, 단지 신문과 같은 언론들이 판매부수를 높이기 위한 과도한 마케팅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족과 양육의 형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역사속에서 찾고 있다. 그런데 시대에 따른 양육의 형태가 상당히 흥미롭다.

 

18세기 이전의 독일은 농업과 수공업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집안 전체는 하나의 경제공동체였다고 한다. 이 집단 구성원 모두는 주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구성원이었으며 아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아이는 많이 죽었기 때문에 많이 낳으며 육체적인 양육은 기본적으로 엄마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주요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원이었기 때문에 이 기본적인 양육의 책임은 하인이나 조부모 등의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기본적인 양육형태는 무관심이었으며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행해지지 않았다.

 

산업화가 진행 되면서 위와 같은 경제공동체는 기능을 상실한다. 가족형태는 점점 핵가족 형태로 변하고 남자들은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사회의 요구에 의해 여자들은 활동범위가 집안에만 국한되게 된다. 남자의 본질과 여자의 본질을 구분하는 관념도 이 시기에 생겨나게 되면서 여자는 점점 '가족을 위한 존재'로 남게 된다. 대신 18세기에 교육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진행 되면서 엄마들은 하나의 임무가 더 생기게 된다. 사회가 유아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많은 이론들이 대두 되고 엄마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주요한 일원이 된다 그 이전에는 여자들에 대한 교육이 진행 되지 않았지만 아이 교육을 위해 여자들도 조금씩 교육을 받게 된다. 이것은 여자들의 의식을 깨우는데 주요한 계기가 된다.

 

19세기 말까지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극히 적었다. 하층민의 경우 남자들이 벌어오는 돈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사회에 진출했지만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으며 보수도 적었다. 그러나 부르주아 계급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점점 재화를 생산하는 것에서 소비하는 형태로 변하게 되면서 여자들은 시간은 많이지고 자아의 욕구는 점점 커지게 된다.

 

19세기 후반에는 영아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건강교육, 영양섭취법 등 각종 교육이 시행된다. 영아 사망률이 줄어드는 만큼 출생률도 줄어 들었는데 아이 하나에 양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산아제한의 필요성이 대두 되게 된다.

 

20세기 중반에는 육아 노동의 중심이 점점 더 엄마에게 집중되고 엄마의 역할은 더 확장되게 된다. 각종 심리서적들이 아이는 엄마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많이지면서 아이는 양육자에서 조력자의 범위까지 넓어지게 된다. 엄마들은 점점 아이의 일상을 챙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비단 교육이 변화 때문만이 아니다. 고도사회로 진행 되면서 일용기저귀 등의 육체적인 면은 수월해졌지만 주변환경은 아이에게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아이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없는 환경이 된것이다. 이 부분에서 잠시 생각해 보니 정말 집안의 다리미 부터 밖의 차도까지 위험 일색이다.

 

일대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61년도에 피임약이 나오면서 부터다. 피임약의 대두로 출산은 더 이상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세계화가 진행 되면서 사회는 일대 변화의 길을 걷게 된다.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여자에게 있어 출산은 새로운 문제가 된다. 출산을 하게 되면 승진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거나 그동안 쌓았던 커리어를 한 순간에 포기하게 되는 사건이 되는 것이다. 기득권층이 기존의 각종 법제화로 일자리를 지킬 때 청년들은 무급 인터 등의 커리어를 쌓으면서 자신의 직장을 구해야 한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까지 출산은 미룰 수 밖에 없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고 출산을 하려고 했을 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피임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여성의 생식기는 퇴화한다. 여기에 노산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게 된다. 한쪽에서는 낙태, 피임 등의 출산을 억제하는사업이 성행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양수검사 등의 출산관련 산업이 생겨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 이유다.

 

저자는 출산률을 해결하기 위해 두가지 롤모델을 제안한다. 하나는 어렸을 적 부터 여자에 대한 본연에 대한 임무에 대해 교육을 시작하고 더 좋은 것은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부분을 삭제한다. 만약 여자의 상급교육을 원천봉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하지만 이는 현재 상황을 고려 할 때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다른 하나는 여자가 지금보다 더 평등에 다가가 사회 전체가 양성평등화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사실 저자가 시대에 따라 모성애가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했던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회의 필요성에 의해 모성애의 형태가 변했듯이 현재 사회에 적합한 모성애의 형태로 양성평등화를 든 것이다. 실제로도 유럽기준으로 양성화된 사회일 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온다고 한다. 저자는 양성평등화에 대한 한 예로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드는데, 이는 시행여부 보다 기존에 사회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을 깨는데 주요한 시도라고 본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사적인 흐름을 보니 모성애라는 것도 사회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그리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보상 보다는 사회 전체가 양성 평등화에 다가가야 한다는 주장하는 부분도 일부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양성평등화를 위한 정치적인 움직임에 앞서 양성평등화가 무엇인지 먼저 정립하고 사회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상황에서 독일 사회학자의 연구를 그대로 우리나라 사회에 적용하기에는 갈등요소를 겪을 소지도 너무나도 많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 출산률의 저하는 단순히 양성 평등화의 문제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대학 등록 시 부터 시작 되는 대출의 악순환, 높은 집값(전세값), 사교육비, 양육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나도 많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주장대로 라면 모성애는 본능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발명쪽에 가까운데, 난 여전히 본능에 가깝다고 믿고 싶다.  그런데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니.......

 

 


모성애의 발명

저자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 지음
출판사
알마 | 2014-01-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엄·마·와·아·이, 그·관·계·의·역사 모성애는 본능인가?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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