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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잔잔함이 있는 노래극 <산티아고 가는 길>


연우무대와는 희안한 인연이 맺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전에 연무무대의 작품 <극적인 하룻밤>을 봤었는데, 몇일 지나지 않아 <산티아고 가는 길>을 보게 되니까요. 그리고 지난번에는 연우소극장에 갔다가 상상아트홀을 찾아갔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상상아트홀을 갔다가 연우소극장을 찾아갔답니다.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최근에 연우무대에서 올리는 작품이 많아서 이런 혼란이 오는거 같더군요.

<산티아고 가는 길>은 노래극입니다. 처음에는 연극인지 알았는데, 배우들이 중간중간에 노래를 부르니 약간 의아했습니다.  포스터를 보시면 알겠지만, 포스터 어디에도 뮤지컬이란 단어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것이 노래 멜로디 단조로우면서 저음에 맞게 편곡되어 있어 마치 대사를 노래로 말하듯 전달하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정한룡 연출감독의 일부 글을 보고 이것이 노래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제목부터 무언가 낯선 느낌이다. 시나리오 작자의 이름도,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도 낯설다. 뮤지컬이 아닌 '노래극'이라는 표현도 낯설다. 낯선만큼 기대를 하게 되고 '신선한 충격'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기를 바란다.

노래극이라는 표현은 저에게도 생소하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을 잘 표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영화 싱글즈로 많이 알려져 있는 성기영 작가의 작품입니다. 또한 극중 총9개의 노래가 나오는데 공통점 역시 성기영 작가가 직접 작사/작곡한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노래들 중 마지막에 배우들이 모두 모여 함께 부르는 노래 "산티아고 가는 길"은 멜로디도 좋았고 배우들의 하모니가 잘 이루어져서 그런지 듣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러다가 성기영 작가님 작사/작곡가로 나선다고 할지 모르겠네요.

시놉시스

시련의 아픔으로 길을 떠난 곤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검은 복면을 한 채 기타치고 노래하는 강선생을 만나게 된다.
곤은 강선생에게 헤어진 여자친구인 화가 진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강선생은 장광설로 사랑과 이별에 대해 너스레를 떤다. 
자신이 그림보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진과 헤어졌다고 생각하는 고,
강선생은 딴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의 마음을 객스레 둘러대고는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라며 일러준다.
개안의 기쁨을 얻은 곤은 남은 여정을 이어가고, 한편 강선생은 자신의 객기로 잃어버린 딸과 자신의 모습에 방황하며, 길없는 방랑길을 이어간다.

한편, 새 남자친구 민 때문에 복잡한 심경을 안고 있는 화가 진은
단골 까페에서 일하는 모령의 여자 은영을 저도 모르게 스케치하고 있다.
진은 오랜 친구 연에게서 자신의 남자 민과 사귀고 있다는 걸 듣게 되고, 심지어 결혼식까지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진다. 자신의 남자친구 그것도 유부남과...

충격에 만취한 진 앞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곤이 나타난다. 곤은 진의 그림은 가짜라며,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 자체를 그림보다 좋아한다며 충고한다.

혼돈에 빠져 화장실에 쓰러져 앉은 진.
까페의 은영은 멋머르고 걸레 빤 구정물을 화장실에 끼얹게 되고 , 진은 뜻하지 않은 세례를 맞게 된다. 눈물과 웃음, 절망의 어둠에서 환희의 순간을 맞은 진 앞에 다시 새벽이 밝아온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저마다의 길을 걸어간다.

산티아고의 길은 성지순례길로 실제로 완주하는데 도보 기준으로 한달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이 길을 실제로 걷게 된다면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길 위에서 해답을 얻게 될까요?   

7년이나 사귄 여자친구 진과 헤어진 곤을 보고 있으니 꼭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딱 7년 사귀고 헤어지는 지인들을 많이 보아 왔었거든요. 럭키 7이라는 이름의 행운의 숫자는 연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건가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어쨌든, 곤에게 있어 <산티아고의 길은>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는 길이 되었네요. 진을 다시 만나게 된 곤이 진에게 그녀의 그림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할때 둘이 다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곤은 마지막에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되니까요. 우리도 그렇지 않나요? 수많은 사랑의 길에서 아픔을 간직한채 걷고 또 걷지만 누군가에게 해답을 얻고, 또다른 사랑을 위해 계속해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길위에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특이한 무대구성

무대구성은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보통 연극 무대가 직사각형 구조인데 반해 <산티아고 가는 길>의 무대는 정사격형 구조입니다. 바닥에는 자갈들이 깔려 있고, 객석 자체도 'L"자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배우들을 무대 정면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볼 수 있던건 꽤 신선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텐데, 사진이 없으니 글로 표현하기 상당히 힘드네요. 예를 들면 바로 코앞에 있는배우는 물을 마시고 있는데, 실제 조명이 비추고 있는 두배우는 술집 야외 테라스(?)에서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배우 한명은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볼수 있습니다.

무대에는 또한 피아노가 한대 놓여 있습니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를 때 반주를 이 피아노 연주자가 해주고 있더군요. 음향효과는 핸드폰 진동이나 천둥 소리기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배경음악 또한 피아노가 대신 해주고 있었습니다. 피아노 연주자는 중간중간에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웃고 있는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자리는 피아노 연주자가 꽤 잘보이는 자리였거든요.

배우들의 열연

아직 포스팅을 올리지 않았지만 <산티아고의 길> 바로 이전에 본 연극에 워낙 실망이 커서 그런지 배우들의 열연이 더욱더 돋보여 보였습니다.

특히 김소진(진 역)씨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실제로도 원래 성격이 저럴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캐릭터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한듯했습니다.

다른분들도 상당히 잘했는데, 여기에 일일이 언급하기는 상당히 힘이 드네요. 오늘 같은 경우는 쓰고 싶은건 많지만 정말 써지지 않는 날입니다.....

마치며

저에게 있어 <산티아고의 길>은 전체적으로 잔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꽤 괜찮게 봤는데, 과연 제 와이프랑 같이 봤다면 와이프는 어떤 평을 내렸을까 상당히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오늘은 어쩔수 없이 혼자서 봤답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