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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뮤지컬 <스팸어랏>, 망가진 아더왕 그의 기사들


뮤지컬 <스팸어랏>은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성배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더왕과 그의 기사들의 상태는 전혀 말짱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측면보다는 켈트신화로 더 유명한 아더왕과 그의 기사들을 과감히 바보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죠.

스토리는 크게 중심이 없고 개연성도 부족합니다. 진행은 이런 뮤지컬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산만합니다. 이야기가 진행 되다가 갑자기 춤과 노래가 툭하고 튀어 나와 몰입하기도 상당히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관객을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뮤지컬인만큼, 스토리에 크게 개의치 말고고 심각하게 바라보기 보다는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됩니다.

"인생 뭐 있나요? 그냥 웃어봐요~! "

극중 흘러 나오는 이 노래처럼 그냥 편하게 앉아서 웃으면 된다는 것이죠. 


신영숙의 파워풀한 목소리

뮤지컬 <스팸어랏>에 나오는 배우들은 각 역에 맞는 옷을 입은듯 개성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중에서 가장 관심있게 본 배우는 호수의 여인역으로 나온 신영숙씨입니다.

원탁의 기사를 읽어 본적이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호수의 여인은 원래 아더왕에게 칼을 건네주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스팸어랏>에서는 기사로 변화 시키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아더왕과 결혼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코믹하다는 면에서는 변함이 없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노래 실력과 성량입니다. 신영숙씨가 부르는 노래 가사는 코믹하지만, 음색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제대로 된 뮤지컬에서 노래를 불렀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노래 실력은 발군이고, 성량은 무대를 압도합니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가 다음에 신영숙씨가 나오는 뮤지컬을 꼭 한번 보고 싶어서 이렇게 나중에서야 사진을 찍었답니다.

아는 만큼 재밌다

제목이 왜 '스팸어랏'일까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팸은 우리가 아는 그 스팸이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직역하면 스팸이 많다잖아요.

뮤지컬을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스팸은 여러가지 혼합육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뮤지컬에는 다양한 패러디가 존재하기 때문에 스팸에 비유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사를 모집 할 때 갑자기 등장하는 돈키호테는 '맨 오브 라반차'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극중에서 갑자기 우산을 가지고 돌리는 장면은 '사랑은 비를 타고'의 패러디죠. Ni 기사들이 무대밖으로 나가면서 하는 '생각대로 Ni"는 한 통신사의 광고에 나오는 멘트입니다.

극중 원탁의 기사가 중 한사람이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하는 상상속의 인물들이 누구인지 알아 맞추는 재미도 솔솔하더군요. 그리스, 헤어스프레이, 캣츠, 미스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등 정말 유명한 뮤지컬은 거의 다 망라하더군요.

이런 패러디들은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아는 사람에게는 재미를 선사하기는 하겠지만, 모른다면 그냥 생소한 장면일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뮤지컬 <스팸어랏>은 아는 만큼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비평하다

극 중 Ni 기사들은 길을 통과 하기 위해 브로드웨어 뮤지컬을 올릴 것을 제안합니다. 아더왕은 어떤 뮤지컬을 올릴 지 그리고 배우를 어떻게 섭외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 뮤지컬계를 비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스 그거 너무 해 먹었어"

뮤지컬 <그리스>는 매년 막이 오를 정도로 장기 공연하는 뮤지컬 중에 하나입니다. 아마도 다양한 뮤지컬을 올리기 보다는 하나로 장기공연 하는 것을 비꼬아 이이기 하는 것이겠지만, 재밌는 것은 뮤지컬 <그리스>를 한전아트센터에도 공연한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천상의 목소를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어. 오직 연예인 필요할뿐"

위의 대사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기억 나는건 이거밖에 없네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올리기 위해서는 재능, 목소리, 춤 보다는 연예인이 필요하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현 뮤지컬계를 은근히 비평하는 장면이죠.

최근에 연계인들의 뮤지컬 참여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개중에는 재능있는 배우들도 있으나 역량도 안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연예인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개인적으로는 재능있는 연예인이 참여 하는 것은 찬성이나 춤, 연기, 그리고 노래도 안되면서 이름값으로 참여하는 경우 작품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기 때문에 반대 입장입니다.

여기서 반전 하나. 이 뮤지컬에도 연예인이 나옵니다. 누군지는 아시죠?
 
성배는 어디에?

뮤지컬 <스팸어랏>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팸 성배석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성배가 객석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성배가 숨겨져 있는 일명 스팸 성배석에 앉게 되면 무대에 잠시 오르는 것은 물론 스팸 한박스를 공짜로 얻을 수 있습니다. 스팸 한박스면 살림살이에 조금 보탬이 되겠네요.

스팸 성배석이 어느 객석에서 나왔는지 정보를 공유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1막은 아더왕이 원탁의 기사단을 모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저는 솔직히 1막은 정말 지겨웠습니다. 같이 같던 직장 동료분은 뮤지컬을 본다기 보다는 쇼를 보는 느낌으로 보니 그냥 괜찮았다고 하더군요. 1막의 내용은 산만하기는 하지만, 배우들이 여러 복장을 입고 나오면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쇼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볼만했다라고 나름 생각이 들기는 하더군요.

2막은 신의 계시(신은 박명수 목소리)를 받고 성배를 찾아 나서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여기에 온갖 패러디와 여러 웃음 코드가 나오는데 이때부터 상당히 많이 웃었던거 같습니다. 인생 뭐 있나요? 그냥 웃는거죠......

마지막으로 저는 이벤트를 통해 티켓을 무지막지하게 저렴하게 구매해서 갔지만, 제 가격을 다 지불하고 보기에는 티켓 가격이 조금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