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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미소-춘향연가, 한국적인 색채와 음악의 조화


'미소-춘향연가'는 제목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고전 소설 '춘향전'을 토대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입니다. 팜플렛에는 뮤지컬로 소개 되어 있지만 사물놀이, 한국무용, 대금과 가야금 등의 기악 연주가 혼합 된 비언어 공연에 가까운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대사 없이 마임으로 모든 대화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약간 발레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적인 색채의 공연장

정동극장이 '미소' 전용관으로 탈바꿈한 것은 지난해 3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극장의 일부 내부 인테리어는 공연 특성에 맞게 한국적 색채가 묻어 납니다.


입구에서 맞아주는 직원 분의 의상은 개량 한복입니다.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죠?


표를 확인해 주시는 분도 개량 한복을 입고 있습니다.


극장 구석에 위치해 이쓴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외국인이 대부분의 객석을 차지하는 공연 특성상 탈 미니어쳐, 인형 등 한국적인 특성을 살리는 기념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의장에 앉아 있으니 미소가 이쁜 직원 분이 차 한잔을 내주더군요.

미소 - 춘향연가 스토리

'미소'는 전통문화예술 무대라는 부제로 97년 초연 되었던 당시에는 전통음악과 무용을 연이어 보여주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변화를 보인 것은 2008년. 이때 사계절별로 사랑이야기를 옴니버스 형태의 무용극으로 그리고 지난해 3월에는 춘향전을 더 얹으면서 현재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공연장 거의 앞줄에 앉아서 공연을 봤는데, 갑자기 무대 앞에서 그네가 내려와 감짝 놀랐습니다. 뭐, 이 장면은 짐작 하셨겠지만 몽룡과 춘향이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입니다.

혹시 몽룡은 춘향의 모습을 보고 반한게 아니라, 그네 타는 실력에 반한건 아니겠죠?


어쨌든, 아루마루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둘은 첫 눈에 반하게 됩니다.


이 둘의 사랑을 못맛땅하게 생각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변학도.


춘향이 오고무를 치기 시작하고


어느덧 춘향의 오고무에 이어 변학도와 몽룡의 북 대결로 이어집니다.

춘향의 오고무와 두 사람의 북 대결은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입니다.


몽룡과 춘향의 관계는 급 진전하여 하룻밤을 보내는 사이가 되지만, 변학도의 계략에 의해 몽룡은 한양으로 떠나게 됩니다. 변학도는 춘향을 유혹하려 하지만 수청을 거부하자 옥에 가두게 되고, 한양에서 돌아온 몽룡은 이런 춘향을 보고 안타까워 합니다.


이몽룡은 암행어사 출두를 해서 변학도를 몰아내고 춘향을 구해 냅니다.

어사 출두 장면은 어떻게 표현 했을까 제일 기대했던 장면 중에 하나였는데,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끝은 해피엔딩. 


중간중간에 이렇게 부채춤, 탈춤, 마지막에는 사물놀이 등 다양한 한국 전통 무용을 볼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공연평

그리 많은 나이를 먹은건 아니지만, 한살 한살 먹을 때마다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는 편입니다. 라이센스 공연이 판치고 창작 뮤지컬이 지극히 적은 현 공연 현실에서 한국적인 색채가 강하고 문화가 담긴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개발 논리에 밀려 우리 문화를 너무 등외시 한 결과 일지는 몰라도, 우리도 우리나라 문화를 접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 그러면에서 외국인과 우리가 별반 다를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형 오페라나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오케스트라 피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작은 규모의 연주단이 좌측 상단에 마련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아쟁 등으로 이루어진 이 소규모 연주단은 중간중간에 MR과 함께 직접 연주를 하는데 그 가락이 그렇게 구슬플수가 없습니다. 우리네 가락은 왜 이리 한이 느껴질까요? 중간중간에 생 음악으로 무대에서 직접 들려주기도 합니다.
 
오고무는 언제봐도 너무나도 좋아하는 북춤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그 군무란.....

또한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몽룡과 변학도의 북 대결은 '미소-춘향연가'에 제일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색채가 다양한 한복을 입고 장고춤, 부채춤, 탈춤, 사물놀이를 추는 것을 보는 것은 눈이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한국적인 공연에 목마르고 있던터라 후한 점수를 줬지만, 몇가지 개선 상황도 보였습니다.

몽룡과 춘향의 사랑에 초점을 맞처서 그런지, 변학도가 이몽룡에 대해 질투를 느끼는 부분에 대한 묘사가 너무 약합니다. 변학도가 질투에 눈먼 남자라기 보다는 방해꾼 수준 밖에 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이 너무 축약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막과 막이 연결 되는 부분이 조금 허술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몽룡이 한양에서 돌아와 옥에 갇힌 춘향에게 느끼는 안타까움은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안 사항입니다.

종이 컵에 담아준 차 한잔은 있는 그대로도 큰 기쁨이었지만, 만약 번거롭더라도 다기 잔에 담아 주었다면 기쁨은 200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당연히 주 고객인 외국인도 감동 하겠죠?

어쨌든, 이 공연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즐겁게 관람했답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의 촬영이 가능합니다. 역시 외국분들 빼놓지 않고 기념 사진을 찍더군요.

공연 사진 출처 : 정동극장 홈페이지(http://www.chongdong.com)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