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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아이에게 말하세요 - 가자지구를 위한 연극


영국의 극작가 카릴 처칠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취재하고 돌아와 2009년 1월 한편의 짧은 극본을 내놓습니다. '7명의 유태인 아이들(Seven Jewish Children)'이라는 제목의 이 희극은 같은해 2월 영국의 런던 로열코트 극장에서 초연됩니다. 이후 희곡의 전문이 무상배포되며 세계 각지로 퍼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10월 서울연극올림픽의 참여작 중 하나로 '아이에게 말하세요 - 가자지구를 위한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상상만발극장에 의해 초연 되었던 작품입니다.

올해는 NaRT 페스티벌 참여작중 하나로 상상만발극장에 의해 원더스페이스에서 공연 되었습니다.

공연 전 로비에는 사진전도 같이 진행 되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각에 도착에 다 둘러보지 못했지만, 대충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이 연극은 작가에 뜻에 따라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대신 공연이 끝나고 관객의 자발적 기부를 받아 팔레스타인 기호기금인 MAP(Medical Aid for Palstinians)에 전달됩니다.

아이폰을 공연에 접목

'아이에게 말하세요'는 러닝타임이 50분이 채 안될 정도로 짧은 연극입니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국 극단의 '7명의 유태인의 아이들' 공연이 20분도 채 안되니 그나마 상당히 길게 각색된 편입니다. 실제 극본 분량은 10분이 조금 넘을 정도로 극히 짧습니다. 

같은 극본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무엇이 이런 러닝타임의 차이를 만들까요? 바로 미디어와 소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것 같더군요. 

'아이에게 말하세요'에는 공연을 위해 큐브 형태의 스크린, 영상기기, 아이폰, 여러대의 맥북이 사용 되었습니다. 이런 영상기기들은 극 중간중간 아이가 웅크려 있는 모습, 유태인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과 참상 등을 화면에 보여주기 위해 사용됩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극중 배우들이 의자에 앉아 QR 코드 비슷한 형태의 카드를 들고, 앞에 세워져 있는 아이폰에 갖다 대면 큐브 형태의 스크린에는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바뀌어 화면에 비춰주는 장면 이었습니다.

이럴때 보면, 아이폰과 공연예술의 접목은 생각보다 여러곳에서 시도 되는 모습입니다. 재미있던 점은 전날 봤던 '여섯개의 이야기'에도 음향기기 제어를 위해 한대의 맥북이 사용 되던 것 같던데, 여기서는 대략 4~5대의 맥북이 사용 되었던 점입니다. 맥북에 대체 어떤 어플리케이션이 설치 되어 있는걸까요?

그 아이에게 말하세요

'아이에게 말하세요'는 7명의 배우들이 등장하여 "아이에게 말하세요(원작에는 Tell her)"와 "아이에게 말하지 마세요(원작에는 Don't tell her)"를 번갈아 가면서 말하는게 거의 전부 일 정도로 단순한 플롯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말하세요. 우리는 약속에 땅에 온거라고"
"그 아이에게 말하세요. 겁낼 필요가 없다고"
"그 아이에게 말하세요. 어젯밤에 한 소년이 죽었다고."
"그 아이에게 말하지 마세요. 어젯밤에 한 소년이 죽었다고."

예를 들면 위와 같은 형식입니다.  비중은 "아이에게 말하세요"가 높은 편입니다.

대화를 잘 들어보면 이 내용은 약 70년간의 유태인 역사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박해 받았던 유태인들의 고통스런 모습들,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하면서 희망에 찬 모습들이 보여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부분들은 희미해지고 아이에게 친구라고 이야기한 팔레스타인들은 어느덧 적의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박해 받는자들이 아니라 박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의 느낌이랄까요.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듭니다. 화면이 객석으로 비춰지면서 공연이 마무리가 되는데, 이는 마치 아이에게 말할것인가(진실을 직시 할 것인가) 아니면 말하지 말할 것(진실을 외면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몫을 관객에게 넘겨주는 기분입니다. 어쩌면, 공연 내내 이야기 했던 것은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자 장벽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 한장의 종이를 나눠줍니다.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제작한 것으로 고립장벽에 대한 것이더라구요.

여기에 나와 있던 URL을 확인해 들어가 보니 여러 사진이 게재 되어 있었습니다.

출처 : http://www.facebook.com/pages/Made-in-Palestine/172852402760354

출처 : http://pal.or.kr

연극 내용 자체는 재미있다고 평할 수는 없지만, 이 연극을 보면서 가자지구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네요. 가자지구를 고립시키는 장벽은 검색을 해 보시면 여러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것 왠지 영화 District9을 생각나게 만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