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생각

지상파 송출중단, 케이블TV SO를 지지 못하는 이유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간 지상파 재송신 협상이 결렬 되면서, 24일 오후 12시 기점으로 케이블TV에서 지상파 HD 방송 송출 중단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그 시점에 지역 SO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실제로 송출 중단한다는 팝업이 버젓이 떠있다. 오후쯤 되니, 팝업은 온데간데 없고 방송통신위원회 중재로 송출 중단은 잠시 보류 되었단다.

TV 시청료와 케이블TV 수신료를 매달 꼬박꼬박 내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이 둘간의 싸움이 마냥 고와 보이지는 않는다. 케이블 SO들의 이야기 하는 것처럼 난시청 해소와 공영방송의 역할을 감안하면 그들의 주장에도 어느정도 일리는 있으나, 그러면서도 난 절대로 그들이 이야기 하는 시청자 운운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 역시 자신의 밥그릇에 관심이 많을뿐, 시청자의 권리를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채널 선택의 권리가 없다.

내가 케이블TV를 신청한 이유는 단 하나, 야구를 보기 위해서다. 그 이외에 다른 채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프로야구 경기는 1년에 133경기. 직관을 가거나 회사 업무로 늦으면 이것마저 놓치기 일쑤여서 DMB나 인터넷으로 챙겨 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결국, 1년에 100일 미만을 위해서 매달 꼬박꼬박 수신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야구 채널을 다 보기 위해서는 기본 요금제가 아닌 상위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 간혹 야구 이외에 인기 컨테츠를 가지고 있는 채널을 보고 싶을 때에는 패키지 비용을 별도로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채널 결정권이 시청자에 있지 않고 SO에 있기 때문에, 요금제를 가지고 장난치기 아주 쉬운 구조다.

마음대로 인상하는 케이블TV 시청료

얼마전에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요금이 더 나왔기 때문이다. 더 부과된 금액은 2,200원(VAT 포함). 이 중 1,100원은 시청도 하지 않은 VOD 금액이었고, 1,100원은 전혀 생소한 항목이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해보니 VOD 시청 내역이 있다고 한다. 한참을 통화하다 VOD 요금에 관련해서는 타 부서와 이야기 해야하다는 말에, 그냥 됐다고 했다. 1,100원 때문에 논쟁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가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도 100% 신뢰 못한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그런데 생소한 1,100원의 내역에 대해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자동이체를 해 놓은 탓에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작년 9월 부터 부과된 금액이란다. 그전에는 HD 채널과 SD 채널을 별도 운영(대략 10 채널)했던것을 통합하면서, 부가서비스 조로 부과했단다.

문제는 해당 채널을 난 시청하지 않을 뿐더라, 딱히 불편을 느낀적도 없었다. 요구하지도 않은 일을 처리하면서 요금은 마음대로 부과하고, 아주 교묘하게 기본 시청료에는 포함 시키지도 않았다. 고객센터의 답변에 의하면 이 요금 부과는 약정과 하등의 관계가 없단다. 약정이라는 제도를 아주 교묘하게 빠져 나간 탓이다.

갑자기 생각났지만, 요금 부과와 관련하여 고객센터 상담원이 설명하는 논리가 한가지 더 있었다. 어느 집에는 송출하고 어느 집에는 송출하지 않은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캐치원이나 성인채널의 경우 어떻게 가정마다 송출을 조절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말로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일까. 아니면 고객에 대한 배려는 애초에 없었던 걸까.

제멋대로 고지

뜬금 없이 날라 들어온 문자 하나. 기존에 우편으로 보내주던 고지서를 앞으로 문자로 보내주겠단다. 이것이 싫다면 고객센터로 전화하라나. 사실 우편물은 거시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연보호에 반하고, 개인적으로도 한 번 보고마는 고지서를 처리하기도 번거롭기 때문에 환영해야 할 터이다. 하지만, 요금고지가 정상적으로 된다는 보장이 없고 너무 일방적인 탓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하루종일 불통이다. 아예 연결을 끊었는지 안내 방송조차 나오지 않는다.

수 많은 광고

여태까지 케이블TV를 통해 영화를 제대로 본적이 거의 없다. 영화를 한편 볼려면 그에 준하게 수많은 광고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광고 시간을 재본적이 없지만, 90분짜리 영화당 최소 30분 가량은 광고를 보는 것 같다. 시청료는 시청료대로 내면서 이 정도 광고를 볼거면. 광고 시청료를 케이블TV사로 부터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케이블 TV가 안테나 대용?

슈퍼스타 K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면, 비야구 시즌에는 케이블TV 단말기는 안테나 역할에 그친다. 이럴때는 TV 시청료를 매달 20,000원 이상 내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케이블TV SO들은 불리할 때마다 시청자 권리 운운하면서 송출을 중단한다는 으름장을 놓는다. 대체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이걸 빌미로 케이블 TV를 해지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
 
마지막으로

지역 SO들을 인수하여 거대해진 대기업 기반의 거대 MSO들은 규모가 커질수록, 시청자의 권리와 서비스는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그렇다고 다른 매체로 넘어가기에 선택 할 수 폭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경쟁 부재가 나은 비극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싸움에서 보듯이 불리하면 시청자의 권리 운운한다. 시청자들은 이런 그들을 정말 지지 할 수 있을까. 최소한 난 절대로 지지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딱히 지상파 3사를 지지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현재 케이블 TV SO들과 협상할 뿐 시청자의 권리는 침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 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케이블 TV SO들이 요금을 인상 할 수 있는 빌미를 또 하나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전혀 모르고 있다. 결국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