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간판스타로 3년 연속 MVP를 수상할 정도로 한 때 잘나가는 투수였지만 계속 되는 폭력사건으로 영구제명 위기에 놓인 한 야구선수가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에 코치로 부임한다. 이렇게 부임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전체 정원은 10명도 되지 않고 실력은 변변치 않으며 귀로 들을 수 없어 타구 위치도 제대로 찾을 수 없다.
이렇게 부임한 상남은 중학교 시절 최고의 투수였지만 청각장애를 앓기 시작하면서 야구를 포기한 명재가 혼자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옛날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명재를 야구부원으로 엽입하게 된다.
봉황대기에서 4강에 든 군산상과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그들의 위치를 알게 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은 연습에 몰입하게 되고 상남은 이들의 1승을 돕기 위해 열의를 다해 굴린다(?).
어려움 끝에 충주성심학교는 봉황대기에 출전하게 되고 첫 상대로 군산상고를 다시 만나게 된다. 결과는 2003년 53번째로 등록된 충주성심학교의 봉황대기 역대전적이 7전 7패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예측 할 수 있다. 그래도 영화답게 첫 경기는 정말로 아쉽게 진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는 고교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야구의 묘미를 100% 살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난 개인적으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동안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가뭄에 콩 나듯 하나씩 나오기는 했다. 프로야구 심판과 톱스타의 사랑을 다룬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삼미슈퍼스타즈의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를 다룬 "슈퍼스타 감사용", 이현세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공포의 외인구단" 등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이 나왔지만, 야구를 빌미로 한 멜로물이나 코믹물이 주를 이뤘고 이마저도 프로야구를 배경으로 한것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고교야구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됐다. 물론 감동적인 요소를 위해 청각장애인 야구부를 끌여들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스토리는 헐리웃의 해피엔딩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며 별다른 클라이맥스를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스토리는 예측 가능하게 흐르며 간혹가다 신파적인 요소가 눈물샘을 자극 할 뿐이다. 이런 뻔한 스토리임에도 난 긴 144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볼수 있었다. 한동안 야구를 보지 못했던 갈증을 간접적으로 해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진지하게 봐서 일까? 난 영화 중간에 '이건 아동 학대극에 가까워.'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국내 고교야구부 수는 60개가 채 되지 않으며 투수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일본 고교야구가 4,000개 넘는 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적어도 아주 적다. 대신 한해에 벌어지는 경기는 리그제가 아닌 토너먼트로 방식으로 진행 되기 때문에 뛰어난 투수 한명에 의지해야 하는 경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이기면 이길수록 투수는 혹사 당하게 되고 프로에 진출 할때쯤 되면 재활에 시달려야 하거나 프로의 길도 밟지 못하게 된채 사라지는 선수들이 많은게 현실이다.
충주성심학교의 유일한 투수는 차명재다. 봉황대기 첫 경기 군산상고와의 대결에서 차명재는 한계투구수를 가볍게 넘기고 손에는 물집이 터져 피가 난다. 어깨가 아픈 상황에도 무리하게 투구를 한다. 포기하지 않고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라도 난 던진다'류의 대사는 분명 멋있어 보이지만 투수 보호 측면을 생각하면 분명 말렸어야 한다. 단순히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런 생각을 하는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지만, 국내 고교야구의 현실을 떠올리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보지는 못했던거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충주성심학교가 1승을 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타구의 위치도 제대로 파악 할 수 없고 팀 플레이가 중요한 야구에서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들이지만 그들이 흘린 땀은 언제가는 꼭 보상을 받을 날이 있을 것이다.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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