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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내 이름은 칸', 난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난 곧 같이 일하는 두 사람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한 사람은 나보다 나이 많은 형이었고, 또 다른 한명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여동생이었다. 시간이 지나 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 두사람과의 연락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두 사람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덧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게 되었고 곧 결혼 한다는 이야기였다. 전혀 어울릴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정말 뜻밖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결혼식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 둘은 파혼을 했던 것이다. 그 둘의 결혼 장벽이 되었던건 바로 종교문제였다. 남자 집안은 전통적으로 기독교 집안이었고, 여자는 천주교 집안 이었던 것이다.
 
이때 난 처음으로 종교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내 이름은 칸'은 이런 민감한 종교 문제를 다룬 영화이다. IQ 168의 천재 자폐아를 전면에 내세워 감동적인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 만큼은 절대로 가볍지 않다. 

어머니의 사랑

아스퍼거 신드롬이라는 성장발달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칸의 뒤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다. 그녀는 칸의 재능을 알아보고 B.A(학사), M.A(석사) 학위를 가지고 리주 선생님에게 교육을 맡기기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의 감정 발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장 인상에 남는 교육은 역시 종교에 대한 부분,

"세상에는 딱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과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 하는 행동이 다를 뿐 차이점은 없단다"

실화 or 허구?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다. 엄연히 픽션이다. 하지만 몇몇 사건만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도 국민배우로 불리우는 사룩 칸은 실제로 칸이라는 이름 때문에  뉴저지 공항에서 억류 될뻔 한적이 있다. 그의 종교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이며 그의 부인은 힌두교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9.11 테러 이후 무슬림들이 박해를 받은 사실들은 뉴스를 통해 나온적이 있다. 1983년 힌두-무슬림 폭동은 실제 인도에서 일어났던 사실이며, 9.11테러, 부시와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실화가 아닐까라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역사적인 흐름은 사실일지 몰라도 칸이라는 인물은 허구의 인물이다.

편견의 무서움


만디라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칸에게 삶은 크게 9.11 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9.11 이전에는 마냥 행복했던 삶은, 9.11 이후 불행의 연속인다. 새로 개장한 미용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아들 샘은 '칸'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사고사 당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이웃, 9.11 테러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무슬림들을 소외 시키거나 핍박을 하게 된다.
 
사실 무슬림이라고 해서 모두가 탈레반 같은 무장 단체는 아니다. 감독이 칸을 빌려 모스크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일부 코란을 잘못 해석하는 일부 극우주의자들 때문에 우리들이 편견에 사로 잡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는 어쩌면 일부를 전체로 보는 무서운 편견에 사로 잡혀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한 기독교를 믿지 않는 아프라키인을 돕는 기부행사에 기독교인만 참여 할 수 있는 장면이나 한때 인종 차별을 받던 흑인이 교회에 참석하는 장면을 통해, 현 종교의 모순과 종교와 인종은 상관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에  대한 외침뿐일까?

영화는 전반전으로 9.11 테러 이후와 이전을 나누면서 미국에서 일어나는 무슬림에 대한 박해와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이 영화는 엄밀히 따지면 인도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힌두교도가 절대대수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만들어진 무슬림에 관한 영화라는 이야기다.  

인도는 헌법에 종교적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답게 힌두교, 이슬람교, 시크교도, 바하이교 등 다양한 종교를 품고 있다. 종교적 자유에 맞게 다양한 레스토랑이 존재하는게 또 인도다. 종교적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을 위한 베제테리안 레스토랑 부터 돼지고기를 못 먹는 무슬림들을 배려한 레시피까지 종교적 삶을 사는 인도사람들을 고려한 레스토랑이 많다.

그러나 인도의 역사적인 부분을 보면 그렇게 녹록치 않다. 영화에서는 1983년 인도 아삼 지방에서 벌어진 힌두-무슬림 폭동을 단 한 장면만 잡지만, 인도내에서도 힌두교도들과 무슬림 교도들의 반목은 시한폭탄의 뇌관과도 같은 존재다. "인도가 망한다면 언어문제와 종교문제로 망할거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결코 가볍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칸은 무슬림이고 만디라는 힌두교도이다. 인도내의 이런 현실을 보여주듯 칸의 동생은 힌두교도인 만디라와의 결혼을 반대한다.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칸과 만디라의 종교적인 삶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칸은 시간만 되면 메카의 방향에 대고 절을 하고 만디라는 초를 피운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이 부부 사이에 종교적인 차이는 삶에 방해요소가 아니다.

이런 모습을 부각 시킨 것은 혹시 미국에 대한 단순한 외침뿐만 아니라 인도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자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간단평

인도 영화는 주로 가난하지만 멋있고 싸움 잘하는 남성과 한 미모를 자랑하는 부잣집 딸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주라고 생각했다. 권선징악이 뚜렸하고 군무가 난무하는 영화라고 할까? 그러나 '내 이름은 칸'은 이런 나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웰메이드 영화다.

자폐아를 다루고 있는 특성상 '포레스트 검프'나 '레인맨'이 생각나기는 했지만, 적절히 로맨스와 진실성, 그리고 메시지를 잘 버무린 수작을 만난건 정말 간만인거 같다.

지금도 내 귓가에는 "내 이름은 칸입니다. 난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참고로 여기서 칸은 이름이지만, 무슬림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극장판은 원작에서 무려 30분 이상이 편집 된 것이 단점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2시 35분 이상이 되는 영화를 2시간 7분으로 줄일 수 있는지.....

 부부 한줄평

나 : 간만에 보는 수작
아내 : 엄마의 모정을 느꼈을 때 목이 메이는 이 느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