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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완득이, 엄마의 마음은 똑같다


완득이는 원래 볼 예정이 없던 영화였다. 스포일러 대마왕이라 할 수 있는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이미 스토리는 대략 파악한터라, 뻔하디 뻔한 스토리를 구지 극장까지 가서 확인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이 영화 절대로 흥행 못할거라 장담했다.

그런데, 이 영화 오래지 않아 100만을 가뿐히 넘기더니 예매율 1위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 여러 블로거 사이에서 호평 포스팅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영화 평점 역시 상당히 높은 점수를 유지했다. 내가 아는 우리나라 영화팬들은 아무리 미디어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도 절대 재미없는 영화에 올인하는 법이 없다. 영화에 슬슬 호기심이 발동 하기는 했으나, 이내 생각을 접어 버렸다.

여기에서 복병이 한명 등장하니, 다름아닌 와이프였다.

"완득이 재밌대. 우리 그거 보자."

이 말 한마디에 군말 안하고 예매를 해버렸다.(이렇게 보면 난 선택권이 없다)
 
여기에 와이프, 한마디 더 거두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 영화 태교에 좋대"

태교에 좋다는 말에 왠지 귀가 솔깃해졌다. 태교에 좋다는 말은 이 영화가 착한 영화라는 뜻?


그러나, 태교에 좋다는 말이 무색하게 완득이 이넘 같은 학우를 발로 차거나 주먹질 하기에 바쁘다. 더군다나 킥복싱이 왠 말이냐?


동주 선생은 어떤가. 완득이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다. 몽둥이로 때리고 안그래도 가난한 완득이에게 삥까지 뜯는다.

영화 절대로 착한 영화가 아니다....물론 농담이다.

완득이는 보기 드물게 다문화 가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하고 있다. 영화가 각 시대를 대변하는 역할을 겸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우리사회가 점점 다문화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는 방증도 된다. 최근 통계에도 혼인하는 10쌍중 한쌍은 국제결혼 부부라고 하지 않던가.

여기에 더해서 영화 완득이에서는 달동네를 통해 빈부격차, 공교육문제(말로만 자율인 자율학습, 신고 정신 투철한 학생들의 모습, 학부모회의 학교간섭),  결손가정,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들을 부각시킨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들이 영화내에서 딱히 해결 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대안은 제시하는데, 바로 나눔 공동체다. 동주 선생은 재산을 털어 교회를 사들이고, 옆집 아저씨와 완득이의 아버지는 재능을 기부하는 식이다.


내게 있어 영화 완득이가 잔잔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인 빈부격차, 결손가정,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의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에 살짝 올려 놓은 점보다, '엄마의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라는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리핀 사람인 완득이의 엄마가 폐닭을 사는 장면에서 완득이는 그녀가 돈이 없어서 싼것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이것은 완득이의 아빠가 원래 폐닭을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진다. 이 부분에서 상당히 공감이 됐던 것은, 우리 집도 아버지의 입맛에 반찬 맛이 정해진 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 집 반찬은 대부분 짜다.....

또한 근 16년을 한시도 완득이를 잊지 않고 살았던 필리핀 태생의 엄마의 마음은, 피부색과 태생이 달라도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내게는 잔잔한 울림이었다. 어쩌면 내가 내년에 아빠가 되어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