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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커플즈'와 원작 '운명이 아닌 사람' 비교


영화 '커플즈' 일본 우치다 켄지 감독의 '운명이 아닌 사람'이 원작입니다. 국내에는 2005년 광주국제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내 마음의 이방인(A Stranger of Mine)'이라는 이름으로 상영된바 있습니다.  

'운명이 아닌 사람'은 영화 커플즈의 원작인 만큼 하룻밤에 일어나는 일들이 다섯명의 다른 시점으로 반복 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두 영화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합니다.
 
'커플즈'가 원작에 없는 세 커플의 인터뷰를 더하고 다섯 캐릭터의 성격을 밝게 수정하면서 "우연과 우연, 인연과 인연이 더해지면 필연이 된다는'식의 로맨틱 코메디를 지양하고 운명론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운명이 아닌 사람'은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운명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에 집중을 합니다.

캐릭터

유석 - 미야타


유석은 카페 주인, 미야타는 평범한 샐러리맨입니다. 이 둘은 순수하다는 점과 그 날 밤에 일어나는 일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다만 애연 또는 마키와의 만남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석이 애연을 처음 만나고 인지하게 되는 장소가 은행과 경찰서 그리고 후에 술집에서 우연히(하지만 코믹스럽게) 재만남을 가지게 되지만, 마키는 레스토랑에서 유스케에게 헌팅을 당합니다.  

애연 - 마키


'커플즈'에서 애연은 경찰 공무원이자 내숭 9단의 소유자입니다. 반면 '운명보다 사랑'의 마키는조금 우울한 캐릭터입니다.

애연이 유석의 집에서 돈을 가지고 나오는 이유는 전세값 인상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지만, 마키가 돈을 훔쳐 나오는 이유는 약혼자 집에서 나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키가 훨씬 더 사랑과 돈 사이에서 선택권이 제한 되는 셈이죠.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요.

또한 애연은 유석의 존재에 대해 이미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마키는 헌팅 당하기 전까지 미야타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나리 - 아유미

 


나리는 '커플즈'에서 돈을 노리고 남자를 만나는 꽃뱀입니다. 돈을 좋아하는 한다는 점은 아유미와 별반 다를바 없지만,  나리에게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문자 한통 달랑 남기고 갑작스럽게  유석 앞에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를 떠난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이 남자는 아닌것 같다'라는 느낌 하나입니다. 조폭인 병찬과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 사이입니다. 

'운명이 아닌 사람'에서 아유미는 돈이 전부입니다. '커플즈'에서 나리는 갑작스럽게 유석 앞에서 사라지지만 '운명이 아닌 사랑'에서 아유미와 미야타는 6개월 전 정식으로 헤어진 사이입니다. 미야타와 헤어진 이유도 그가 모든 저축을 집사는데 다 쏟아 부었기 때문입니다. 즉, 뜯어낼 돈이 없었던 것이죠. 또한 야쿠자인 아사이와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닙니다.

복남 - 유스케


복남은 흥신소 사장이고 유스케 사립 탐정입니다. 둘다 사라진 친구의 전 애인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단, 복남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지만 선은 지키는 캐릭터라면, 유스케는 아유미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복남 - 아사이


이 둘은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캐릭터입니다.

병찬은 여우 같은 면도 있지만, 다정다감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나리에게 올인하는 캐릭터입니다. 그에게 나리는 조직을 정리할 만큼 큰 존재죠. 반면 아사이는 교활한 야쿠자 그 자체입니다. 돈은 조직 유지하고 인의 능력을 끌어오는 수단이자 도구입니다.

병찬은 애연이 돈을 가지고 떠난 이후 돈을 깨끗이 포기하는 반면, 아사이는 이것을 역으로 이용합니다. 아유미에게 1,000만엔을 갚아야 하니 비지니스 파트너로서 같이 일하자고 제의 합니다. 이전에 유스케에게도 그의 능력이 높이 사서 무료로 사립 탐정 일을 맡길 것이라고 협박 한 후 풀어줍니다.

운명이냐 사람이냐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두 영화에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커플즈'가 인연과 인연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운명론을 이기하고 있는 반면, '운명이 아닌 사람'에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커플즈에서 애연과 유석은 은행에 강도가 들면서 묶이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 이후 유석이 성추행범으로 몰렸을 때, 애연의 도움으로 혐의를 벗게 됩니다. 이후 같은 날 같은 장소에 같이 있던 둘이 합석하게 되는 이유는 지갑이 없다는 우연이 겹치게 되는 점입니다. 결국 계속 되는 우연은 필연으로 연결 되는 셈이 되는 것이죠.

'운명이 아닌 사람'에서는 미야타와 마키와의 만남은 여러 사람과의 만남 사이에서 생깁니다. 미아타와 마키는 둘다 헤어진 상태입니다. 미야타의 전 애인 아유미는 아사이의 돈을 훔쳐 달아나면서 유스케 앞에 나타납니다. 유스케는 아사이에게 돈을 갖다 주다 야쿠자의 추적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 중에 마키를 헌팅하게 됩니다. 여기서 만약이란 단어가 등장 할 수 있는데, 미야타가 유스케나 아유미 둘 중에 하나도 몰랐다면 마키와의 만남은 어려웠을 겁니다. 물론 마키도 약혼녀와 만남을 계속했다면 마찬가지겠죠. 만남은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운명보다 사람'에서의 관계는 크게 세가지가 존재합니다. 미야타와 유스케와 같은 순수한 관계, 아유미와 유스케와 같이 돈으로 엮어있는 관계, 아사이와 같은 착취 관계.

또한 '운명보다 사람'에서 마키는 "나는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라는 대사를 읆조립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혼자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미야타의 방에 혼자 있을때 야쿠자인 아사이는 침대 밑에 숨어 있습니다. 단지 그녀만 혼자라는 생각을 하는것이죠.

다른 결말

'커플즈'에서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사실 이것 말고 딱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요소는 없습니다.  하지만, '운명보다 사람'에서의 결말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마키가 돈다발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 미야타를 찾아간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상태에서 그를 찾았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결말은 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