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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지하철 임산부석에 관한 몇가지 에피스드


원래 굉장히 길게 쓴 포스팅이었지만, 대부분의 글을 싹다 지워 버렸습니다. 안그래도 필력이 딸리는데 길게 쓴 글을 보니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부분도 있고, 제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그냥 와이프가 한달새 지하철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만 나열하기로 했습니다.


Case #1

임신 4개월이 거의 다 되어 갈 무렵 와이프의 신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변화야 제가 직접 겪는게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옆에서 보면 피곤을 쉽게 느끼는 걸 알 수 있었죠.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 노약자석에 와이프가 앉아 있는데, 대략 10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와 그 아이의 엄마가 제 와이프 앞에 딱하니 서 있다가 사라집니다. 저야 이때 책을 읽고 읽느라 상황을 잘 몰랐는데, 와이프가 이야기 해 주더군요.

"저 아줌마가 말 다리를 툭툭 치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거야. 아이가 다리가 아프니까 자리 좀 비켜 달라고. 그래서 임산부라고 이야기 해줬지"

노약자석에 영유아 마크가 달려 있는건 사실이지만, 10살은 더 되어 보이는 꼬마에게 자리를 양보를 해 달라는건 좀 너무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ase #2

어느 날 옆자리를 비워두고 노약자석에 와이프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지나 갈 때마다 아내를 뚫어지게 쳐다 보고 갑니다. 그것도 옆 자리가 엄연히 비워 있는데 말이죠. 남편이 앞에 서 있는데도 이 정도면 혼자 있을 때는 말하지 않아도 뻔히 알 수 있습니다.

Case #3

이것은 아내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입니다. 아내가 빈혈이 너무 심해 자리에 쓰러지듯 앉아 있었는데, 한 할아버지가 앞에 서서 이렇게 물어봤답니다.

"어디 많이 아프세요?"

처음에 와이프는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가보다 했답니다. 얼굴이 창백한 것이 누가봐도 환자 같은 모습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초지종과 임산부라고 이야기 하니, 내가 다리가 아프니 자리 좀 양보해 달라는 답변이 되돌아 왔답니다. 결국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고 하더군요.

Case #4

역시 빈혈 때문에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어느 날입니다. 와이프 앞에 세 아줌마 서 있었답니다.

"아니 임산부인가봐"

"임산부도 표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달고 다녀야 해"

사람이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 이렇게 대 놓고 이야기 하니 오래 앉아 있기가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하더군요.

Case #5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한 할머니가 뚫어지게 바라 보고 있었답니다. 어차피 어르신이 오면 자리를 양보 할려고 했지만, 그 상황이 그렇게 민망 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어떨까요? 몇번 여러 상황을 겪은 와이프는 배가 제법 나온 지금은 아예 저 자리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저 자리에 앉으면 그렇게 불편 할 수가 없다네요. 와이프의 말에 따르면 저 자리는 결코 임산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