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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상한 고객들', 사랑은 누구를 위해 사는것


보험왕 병우(류승범)는 고객의 자살방조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23개월전 실적을 위해 자살 미수 경험이 있는 고객들을 가입 시킨 기억이 난 병우는, 이들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처음에 '수상한 고객들'의 예고편을 출발 비디오 여행을 통해 봤을 때는그냥 아무 생각없이 웃으면서 보기에는 괜찮을 영화라고 생각했다. 선택도 그래서 했지만, 이건 오산이었다. 오히려 '수상한 고객들'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자살이라는 소재를 유쾌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으로 풀어낸 영화라는 표현이 옳다.

사회의 불편한 단면들

사기당한 기러기 아빠 오부장


오부장을 보면서 몇년전에 읽은 기러기 아빠에 대한 기사 생각이 났다. 해외근무 후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딸아이가 적응을 하지 못하자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을 선택한 한 가장 이야기. 그러나 아내는 귀국을 거절하여 두사람은 이혼에 이르게 되고, 시간이 흐른후 기러기 아빠는 자살을 선택했다는 조금은 씁쓸한 기사였다. 아마도 두 부부의 대화단절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수상한 고객들'에서도 오부장은 딸과 통화하는 장면은 나오지만 부인과 대화하는 장면은 단 한장면도 없다. 어쩌면 오부장과 그의 부인도 대화 단절을 겪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중에 밝혀지는 이야기지만 오부장은 금전적으로 사기를 당한 입장이기도 하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알겠지만, 그건 정말 맨정신으로 견디기에는 조금 힘겨운 상황이다. 누가 옆에서 위로 해줄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걸 감내 해 낼수 있지만, 혼자서는 정말 힘들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돈 빌려주고 못받은 사람이 그렇게 많더만, 대체 그 많은 돈을 빌린 사람들은 다 어디간 것일까?

어쨌든, 오부장은 이런 사람들을 대변한다.

비정규직 사남매 엄마 복순


달동네에서 사남매를 책임지고 있는 복순. 우울증 장애를 겪고 있는 그녀는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에 놓여 있다. 몸이 아파 누워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같은 목숨.

북순도 엄마로서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게 얼마나 많겠는가? 하지만 그녀가 자녀에게 당장 물려 줄 수 있는건 오로지 가난뿐이다.

사채 빚에 시달리는 소녀가장 소연


아버지가 진 사채빚으로 인하여 도망 다니면서 살아야 하는  인생인 소연. 또한 그녀는 정규교육도 제대로 못받은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입장이다.

소연은 가수로 성공해서 빚을 갚으려고 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거기에 미치지 않는다. 더군다나 빚을 갚지 못하면 몸을 팔아야 할지도 모르는 입장. 그녀의 인생에 언제 해가 뜰까?

틱장애를 가지고 있는 욕쟁이 노숙자 청년 영탁


틱장애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욕을 하는 청년 영탁. 그는 자신의 장애가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살기에 우리나라는 그렇게 녹록치 않다.

사랑은 누구를 위해 죽는것이 아니라 사는것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오부장, 복순, 소연, 영탁이 자살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자기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다. 오부장은 가족을 위해, 복순은 자식을 위해, 소연은 동생을 위해, 영탁은 누나와 조카를 위해. 각각의 이유는 다르지만 자신의 이익을 취할려는 목적은 손톱만큼도 없다.

하지만 그들의 자살로 인해 거금을 탄다고 남겨진 사람들이 행복해할까? 그건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이해 못하는 이기적인 선택일 뿐이다. 인생에는 굴곡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자살이라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다. 죽을 만큼 힘든 시간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가는 지나간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지만 이들 네명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 희망적인 삶을 이어 나간다. 결국 사랑은 누구를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희망도 있다. 자살은 남겨진 이들에게 슬픔만 안겨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 병우가 자살을 방지하기 일조를 한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으로 막게 되는 것은 그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영화에 대한 간단평

내가 예상했던 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은 나름 훈훈했다고나 할까? 

'수상한 고객들'에는 병우의 러브스토리와 자살방조혐의와 관련된 반전이 숨겨져 있다. 요새는 이 반전이 한국영화의 대세인가 보다. 

윤하의 노래와 정성하의 기타 실력은 역시 멋졌고, 류승범의 연기는 기대를 어긋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