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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리뷰

아이리버 스토리W로 본 전자책


최근 전자책에 대한 기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2009년 말에는 아마존의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를 넘어섰다는 기사도 있고, 전자잉크를 적용한  단말기 부터 타블렛 PC, 스마트 폰 등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기사가 조금 많은 편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글을 지원하는 킨들3, 단말기 가격을 대폭 낮춘 북큐브 B-815, 터치 기능과 Wi-Fi 기능을 추가한 아이리버 커버 스토리 등의 전자잉크 기반의 단말기들이 봇물처럼 출시 되고 있습니다. 갤럭시 탭, 아이패드 등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타블렛 PC등은 아직 출시 되었거나 출시 전이며 스마트폰에서는 이미 전자서점 등이 앱 형태로 제공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최근에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이런저런 단말기를 알아보는 중 KT 올레 스퀘어에서 전자책을 만져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이리버 스토리W

처음 본 전자책의 느낌은 생소함이었습니다. 전자잉크가 종이책과 똑같은 질감을 제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플라스틱 분위기가 물씬 풍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제 제품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휴대폰을 파는 판매점에서 전시 할 때 케이스에 종이를 끼워 둔 것과 동일하게 그냥 전시품인줄 알았습니다.

아이패드가 손목에 무리를 줄 만큼 무거운 반면 아이리버 스토리W는 무게가 가벼웠고 크기도 휴대하기에 적당한 편이었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읽든 똑같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남는 잔상은 많이 거슬리는 편이었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바로 사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큰 장점이었습니다.

가로가 아닌 세로로 읽을 수도 있었습니다. 단 센서가 없기 때문에 버튼을 눌러 전환해야 합니다.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아니라고 하지만, 북카페에 접속하기 위한 Wi-Fi 연결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상이 제가 처음 본 아이리버 스토리W에 대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통해 본 전자책에 대한 생각은 어땠을까요?


종이책의 감수성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 담임 선생님이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집에 놀러 갔을 때 책꽂이를 꼭 유심히 보라고 하시더군요. 책꽂이를 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게 그 이유였습니다.

주변에 어떤 지인은 책 읽는거 보다는 책 수집하는거 자체에 큰 재미를 느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꽂힌 책들은 언제가는 시간 날 때 꼭 읽게 되더랍니다. 저 역시도 한권 한권 꽂힌 책들을 보면 뿌뜻해 지고, 책 수집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읽은 책을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힘들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들과 지금 생각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들은 다시 꺼내 들게 됩니다.

그런데 전자첵은 오로지 단말기를 통해서만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위에 열거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책을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덜하다는 면에서 감점 요인이 있고 더군다나 침을 묻히면서 한장 한장 넘기는 촉감 역시 느끼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종이책을 구입한다는 것은 구매 이외의 많은 감수성 요인이 존재하는데, 전자책은 너무 책을 읽는 다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직은 부족한 전자잉크

전자잉크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봅니다. 똑같은 시야각과 적은 전력을 소비하는 등 분명 장점을 제공 하고 있으나 페이지가 넘길 때마다 깜빡거리면서 생기는 잔상은 구매를 꺼리게 되는 큰 단점입니다. 이 잔상은 전장잉크를 적용하고 있는 모든 단말기의 문제라고 하는데,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전자잉크의 특성상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마이크로캡슐 형태의 전자잉크 알갱이가 화면에 달라붙고 떨어지는 재배열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또한 컬러에 익숙한 현세대에게 흑백 화면이 매력적으로 보일지도 의문입니다.

부족한 컨텐츠와 부담스런 가격

전자책으로 제공하는 신간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수가 적었고 책도 그렇게 다양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가격은 일반책의 50 ~ 60% 수준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일부 책들은 무료 또는 적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도 있었으나 그 수 역시 미미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차라리 종이책을 선택하지 굳이 전자책으로 구매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단말기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는 가에 따라 사용 할 수 있는 컨텐츠도 제약이 따랐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파크 비스킷은 인터파크가 제공하는 도서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등 해당 단말기가 어떤 출판사 또는 서점과 계약했는지에 따라 제공하는 컨텐츠가 상이했습니다. 이것은 국내 출판사와 대형 서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어떤 단말기가 남을 것인가?

최근에는 전자잉크 기반의 단말기가 치열한 경쟁탓인지 가격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초기에는 30만원대 단말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10만원대 가격의 단말기가 나오거나 기존 단말기의 가격이 할인 되어 제공 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가격이 내려 간다고 해서 다른 단말기 보다 매력적으로 보일지는 의문입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아이폰, 갤럭시S 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면 해답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 승차하면서 스마트폰을 인터넷과 트위터 등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동영상 플레이어 또는 게임기로 활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지하철 이외의 장소에서는 스마트폰의 장점을 잘 활용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지하철에서 한정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것 이외에 단말기에서 여러가지 기능을 같이 사용하고 싶은 사용자에게는 복합기기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복합기기의 장점은 여러 종류의 단말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과 휴대성 및 사용자에게 익숙한 컬러 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용자들이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문제는 단말기도 단말기지만 결국 문제는 컨텐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