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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인간에 내재된 악마성, 연극 루시드 드림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이라는 뜻입니다. 자각몽이란 꿈을 꾸면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서, 이때 뇌의 의식이 꿈의 내용에 의식적으로 개입하거나 조정하는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상영 되었던 영화 인셉션도 사실 루시드 드림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연구가 진행중에 있으며, 그 존재에 대해서는 잘 규명 되어 있다고 합니다.

영화 인셉션과 연극 루시드 드림이 둘다 자각몽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 인셉션이 꿈을 통해 자아를 조작하는 내용(제 관점에서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이라면 연극 루시드 드림은 자아에 내재된 악마성을 꿈을 통해 표출 한다는 점일것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나

<루시드 드림>은 상류층의 이혼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 '최현석'이 죽은 선배 변호사를 대신해서 연쇄 살인범 '이동원'의 변호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음은 프로그램에서 제공하고 있는 시놉시스입니다.


상류층의 이혼, 간통, 음주운전, 재벌 2세들의 성폭행 같은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 최현석. 그에게 일주일전 사망한 선배 김선규의 미망인이 책 한권을 들고 찾아온다. 지금은 기억도 떠올리기 힘든 대학 선배인 김선규에게 선물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 이 책은 십여년의 시간이 지나 그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최현석은 그 책에서 마치 김선규가 남긴 것 같은 암호를 발견한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이름이 책의 종반으로 가면서 모두 이동원이라는 인물로 바뀌어져 있던 것. 이동원은 선배인 김선규가 변호를 맡았던 인물로 열세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었다. 무엇인가 삶의 자극이 필요했던 최현석은 그에게 알수 없는 호기심을 느낀다. 재판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최현석은 이동원의 변호를 자초하며 첫 만남을 갖게 되는데...

맡은 사건에 대해서 한번도 패소한적이 없는 유능한 변호사 '최현석'이 "내 운명에 살인이 허락되는지 알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연쇄살인범 '이동원'을 만나게 되면서 자각몽을 겪게 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그의 욕구는 살인, 강간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결국 이 연극은 사람의 내재된 악마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에 대한 해법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자들

옆사람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 관객들을 보고 있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만큼 스토리는 흡인력이 있고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 준다고 할까요?

워낙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 프로그램에서 경력을 확인해보니 그 이유를 쉽게 알수 있었습니다, 최현석 역의 이남희씨는 1998년과 2000년도에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은 분이었고, 마담역의 윤다경씨는 2005년 서울연극제 연기상, 미망인역의 송희정씨는 2007년과 2009년도에 신춘문예 연기상을 받은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의 열연과 탄탄한 구성이 빛나는 스토리 덕분에, 아주 오랬만에 연극다운 연극을 볼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독특한 연출

<루시드 드림>의 시작은 '최현석'의 독백같은 나레이티브로 시작됩니다. 보통 연극이 배우들의 대사나 얼굴 표정으로 현재 상황을 이해하거나 감정들을 이해 할수 있는데, 이렇게 나레이티브로 시작 되는 점이 참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무대는 변화없이 단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무대에는 엄연히 세개의 공간이 존재합니다. 현재와 꿈이 공존하는 '최현석'의 침실, 루시드 드림이 이루어지는 생각의 방, 그리고 '이동원'이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 이 세개의 공간은 조명 하나로 공간이 변하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소품중에 담배란 신기한 존재입니다. 담배가 소품으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지만 실제로 담배에 불을 붙인다는 점은 특이하다고 할 수 있죠. 제가 대충 세어보니 대략 6번정도 담배에 불을 붙이더군요. 그런데 제가 유심히 이 담배를 보게 된것은 루시드 드림이냐 현실이냐를 구분하는 토템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주로 생각의 방에 있을 때와 마담을 꿈속에서 살해 할 당시에 담배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게 꿈속인지 현실인지 알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이 연극 연출의 백미는 아마도 마지막 부분일 것입니다. 이동원과 최현석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데(자세한 것은 넘어가겠습니다), 이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