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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의 프로포즈 이야기


최근에 위드블로그에서 연극 '광수생각'에 대한 리뷰어를 모집하고 있더군요. 이것을 보니 예전 이 연극을 봤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 났습니다. 솔직히 이 연극은 그렇게 재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 인생에서는 가장 인상 깊은 연극으로 기억 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제 프로포즈가 여기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결혼하기 전에 프로포즈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미 결혼 날짜가 잡혔는데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죠.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프로포즈를 안하면 평생 이야기를 듣는다고 꼭 하라는 조언을 하더군요. 이때부터 저의 프로포즈 장소 물색은 시작 되었습니다.

프로포즈 장소를 물색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아닌 와이프가 될 사람이었습니다. 눈치 100단인 지금의 와이프 눈을 피할려면 그녀의 활동범위 밖에서 찾아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야구장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로포즈 하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최소한 그녀를 깜짝 놀래키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다 생각했죠. 그래서 구단의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답변
프로포즈 이벤트의 시행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시즌 개막 후 다시 한번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신청 방법을 문의 했더니 프로포즈 이벤트의 시행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즌 개막 후에도 이벤트 시행여부가 확정 되지 않으면 불가능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야구장은 포기하고 다른 곳을 물색하기로 했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고급 레스토랑 부터 시작해서 여러 곳을 물색해 보았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극 '광수생각' 프로포즈 패키지를 발견했습니다. 이걸 보는 순간 이 연극은 와전히 저를 위한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째, 왠만하면 공개를 하지 않을려고 했지만 제 이름이 광수입니다. 광수생각이 어울리죠?
둘째, 이 연극의 배경은 초등학교이며 등장하는 인물들은 초등학교 동창들입니다. 우리 부부는 초등학교 동창이니 내용도 딱입니다.

프로포즈를 할려면 먼저 반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것은 반지 사이즈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에도 이미 언급했지만 제 와이프 눈치 100단입니다. 어떻게든 모르게 알아내야 합니다. 

기회는 혼수 물품을 알아보는 중에 생겼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금가락지를 아내에게 사주신거죠. 금은방에는 반지 사이즈를 알아 볼수 있는 링같은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제 반지 사이즈를 맞춰보는 척 하면서 와이프에게 한 번 껴 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일반적인 대화 내용인데다 어느 연인이나 와서 할 수 있는 행동이기에 와이프는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알아낸 반지 사이즈를 쥬얼리 샾을 하는 친구에게 알려주고 반지를 주문 했습니다.

연극을 보러 들어간 당일, 입구에 들어가자 한 사람이 저희를 좌석까지 안내해주었습니다. 이 때 정말 뜨끔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알아서 좌석을 찾아 가는데 저희만 안내를 해주니 와이프가 눈치채면 어떻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눈치 채지 못하더군요.

연극을 보는 내내 집중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들킬까봐 연극 보는 내내 반지 상자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아내는 전혀 눈치를 못채더군요. 어떻게 연극을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연극이 거의 끝나고 피날레만 남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광수와 그의 친구들이 동창회를 하는 장면인데, 이때 제 이름을 부르게 되어 있었죠. 대사는 아마도 "우리 동창중에 누가 한명 안왔네? 광수야 어딨니?" 할 때 제가 무대에 나오는 것이었죠. 무대 위에 있는 내 이름을 부르니 와이프가 "진짜야?" 하면서 만화가 이광수가 온 줄 알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더군요. 

이렇게 무대 앞에 나왔는데, 소극장이라고 하지만 앞에 있는 관객은 200명. 긴장을 안할려고 해도 안할수가 없었죠. 미리 써둔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데, 중간중간에 관객들이 놀라면서 "우와!" 하는데 더욱 더 긴장이 되더군요. 편지를 다 읽고 반지를 끼워줘야 하는 순간 돌발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와이프 손가락이 제 생각보다 한치수가 더 컸던거죠. 억지로 끼워 넣는데 정말 고생했습니다.

나름 기억에 남는 프로포즈이기는 했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사진을 못 남긴겁니다. 사진 잘 찍는 친구를 데려 갈 걸 하고 후회가 되더군요. 어쨌든 저의 프로포즈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보너스 - 와이프 이야기

 항상 어설픈 그..
 항상 눈치빠른 나..

 그날따라 완벽한 보안에 힘쓴 그..
 그날따라 눈치없던 나...

 연극내내..꼼지락꼼지락 하던 그..
 꼼지락꼼지락이 너무 신경쓰였던 나..

 나중에 알았다...

 편지와 반지를 주머니에 넣을려고 했다는 것을..

 연극끝무렵..

앞으로 불려나간 그..
어리둥절 불려나간 나..

그가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그가 반지를 나에 약지손가락에 껴준다..
ㅋㅋ 약간 안맞는다

난........................

...................................

이게......... 행복이구나.................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눈물이 핑돌게 했다

 

고마워 광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