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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철학을 개그처럼 즐겨라!, "철학개그 콘서트"


Philosophy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philosophia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즉 철학이라는 것은 사랑한다는 philos와 지혜라는 Sophia가 결합된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은 수학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학문이면서 우리 생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일반인이 느끼기에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사물과 본질을 추상화 하는 과정 자체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철학서 자체가 굉장히 지루한 문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아서 일까? 철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이 읽기 편한 책들은 시중에 이미 나와 있다.하지만 개그와 철학의 접목을 시도한 책은 일찍이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를 한 책이 한권 나왔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개그 콘서트"라는 책이다.

개그콘서트의 추천사를 쓴 철학박사 김혜숙씨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 글의 저자는 철학과 개그 모두가 삶의 숨어 있는 혹은 불편한 진실을 들추어내면서 우리들을 자극한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철학이 보다 더 직접적이고 어려운 반면 개그는 비유적이면서 훨씬 만만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것에 대해 말하고 있으면서도 철학은 우리를 무겁게 만들지만 개그는 우리를 가볍게 만든다.
이 추천사를 읽어보면 이 책의 분위기를 대충 눈치 챘을 것이다. 이 책은 유머를 곁들여 철학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철학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입문서 수준 정도의 정보는 제공한다.

그렇다면 예를 한번 들어보자.

대서양을 횡단하던 여객기가 거센 폭풍우를 통과하게 되었다.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한쪽 날개가 번개에 맞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 되었다.
특히 한 여자가 난리를 쳤다. 비행기 앞쪽에서 일어서서는 "난 죽기엔 너무 젊다고!" 라고 소리치더니, 연이어 외쳤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마지막 기억을 좋게 장식하고 싶어! 내가 정말 여자라고 느끼게 해준 사람이 하나 없었는데. 결심했어! 나를 여자라고 느끼게 해줄 사람 없나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들 자신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앞에 서 있는 절망한 여자를 못 박힌 듯 응시했다. 그때 뒤쪽에 있던 한 남자가 일어섰다. 남자는 키가 크고 구릿빛 살결, 흑발에 몸매도 멋졌다. 남자가 통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셔츠 단추를 끌렀다.
"여자로 느끼도록 해드리지."
모두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남자가 다가서자, 여자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셔츠를 벗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남자의 가슴 근육이 물결쳤다. 남자가 떨고 있는 여자에게 셔츠를 들고 있던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다려."
위의 유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위 이야기는 단순히 읽으면 여자를 비하하는 유머에 지나지 않지만 , 이것은 엄연히 여성주의가 미친 영향력 이후 남성의 반발심리로 인해 생겨난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농담'의 하나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유머이다.

호세 : 미친 세상 아닙니까!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부자는 신용으로 사고,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은 현금을 내야 하다니. 마르크스가 들었다면 반대로 돼야 한다고 말했을 겁니다. 가난한 사람은 신용으로 내고, 부자는 현금으로 내야 한다고요.
마누엘 : 하지만 가난한 사람하고 신용 거래를 하면 가겍 주인들도 곧 가난해질텐데요!
호세 : 그럼 더 좋죠! 그럼 그 사람들도 신용으로 살 수 있잖아요!


이것은 마르크스에 대해 은근히 비평을 하고 있는 유머이다. 마르크스는 혁명이 일어나서 무산계급 정부가 들어서면 소유권에서 부터 시작해서 신용에 이르는 온갖 불군형을 없애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철학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렇게 유머를 곁들여 설명 되고 있어서, 철학에 대한 전통과 개념, 그리고 사상가들에 대해 손쉽게 이해 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유머집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약간은 생각하게 만들지만, 유쾌한 유머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책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