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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서평] 행복의 경고

 

 

우리는 풍족함을 넘어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들을 사고, 소비하고, 그리고 또 버립니다. 우리는 이러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지만 소유를 통한 스트레스는 가중될 뿐 욕망은 충족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소유에 대한 집착의 경고는 이미 많은 책들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불교와 관련된 책들에서 많이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 하는 소유에 대한 개념은 조금 다릅니다. 불교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개인적 성찰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면, 저자는 개인적 행복뿐만 아니라 지구적 관점에서 이 책을 다뤘습니다. 스케일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할까요.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 볼 때 결핍한 환경에 처해 있던 인류에게 식탐같은 욕망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풍족한 현대에 와서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만에 가득차 있으며 욕망에 대한 갈증은 더욱 가중 될 뿐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내 직장동료보다 내 아내의 친구보다 1,000원을 더 벌거나 더 좋은 차를 소유하고 있어서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구나 라고 느끼지 않는 이상 이러한 물욕은 쉽게 해소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타인과 비교하여 내가 덜 갖고 있다는 것은 실패한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저자인 엘리자베스 파넬리 교수는 소유를 더 하고자 하는 욕망이 인류를 발전하게 만든 원동력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현대에 와서도 똑같은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사회의 암묵적 합의에 의해 정해집니다. 저자는 아름다움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안데르센의 엄지공주를 인용합니다. 엄지공주의 아름다움에 빠진 한 풍뎅이가 엄지공주를 납치하지만, 동료 풍뎅이들에게 더듬이가 없어서 이상하다는 등의 좋지 않은 평가를 듣자 엄지공주를 과감히 버립니다. 그 풍뎅이에게 있어 타 풍뎅이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름다움은 큰 가치를 가지지 못했던 것이죠. 이는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름다움은 큰 가치를 가지지 못합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고전시대와 비교해서는 크게 변화 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시대에는 아름다움은 아름다움 그 자체에 중점을 두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추상적 개념과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으면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이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할 수 있는건 이런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피카소의 그림이 아름답다고 느끼기에는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죠.

 

사회적 합의에 이루어지는 것은 비단 예술품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가치관과 사회를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은 변화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예로 페미니즘, 비만, 화장 등 다양한 부분을 언급하는데 건축학도 답게 전원주택 및 도시개발 등에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입니다. 바닷가 주변이나 전원주택의 윤택한 삶을 위해 교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지만 교외에 나가서 사는 사람의 90% 이상은 집안에 거주하면서 정작 주변이 경관을 즐기는 시간은 1년 중에 얼마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교외가 개발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의 영향으로 주변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훼손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행복의 경고'는 책은 제목만 놓고 보았을 때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행복의 모순에 대해 언급하는 정도의 책인것 같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풍요의 시대에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잃어버린 가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범지구적 관점에서 말이죠.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방식은 알랭드 보통의 수필집과 사뭇 흡사합니다. 저저도 알랭드보통을 자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저자는 건축학도 답지 않게 인문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다양한 각도로 사회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약 10%만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더 큰집, 더 큰 자동차, 더 많은 물건들을 소유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저자가 마지막장에 할애한 환상 속 공동체의 삶은 우리가 조금 더 윤택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