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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물물교환의 달인 이야기, "빨간 클립 한 개"


만약 누군가가 빨간 클립 한 개로 집을 마련한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그것도 물물교환을 통해서 말이다. 아마도 백이면 백 "미쳤다!"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미친 짓을 통해 집을 구한 청년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카일 맥도널드이다.
 
"빨간 클립 한 개"는 카일 맥도널드라는 캐나다 청년이 빨간 클립 한 개를 집까지 교환하는 과정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빨간 클립 한 개를 이베이와 같은 경매 사이트를 통해 교환하는 줄 알았는데, 책을 읽어보니 블로그, 이메일, 전화를 이용하여 오로지 물물교환을 통해서만 진행이 되었다. 

빨간 클립 한 개 → 물고기 펜 한 개 → 문손잡이 한 개 → 캠핑 스토브 한 개 →  빨간 발전기 한 개 → 즉석 파티 세트 → 스노모빌 한 대 → 야크 여행권 → 큐브밴 한 대 → 음반 취입 계약서 한 장 → 피닉스의 일 년 무료 임대권 → 앨리스 쿠퍼와의 오후 → 키스 스노 글로브 한 개 → 영화 출연권 → 키플링의 집 한 채, 이런식으로 물물 교환이 이루어졌다. 놀랍지 않은가?

카일 맥도널드가 대단한 것은 빨간 클립 교환을 하기 전에 이미 집한채를 구할려고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물물교환 과정중에 생긴 결과물로서 집한채를 구한 것이 아니고 원래 목적이 집 한채였다. 
 
물론 그가 집 한채를 구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역 신문, 케이블TV, 토크쇼, 전국 TV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물물교환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역시 처음부터 의도했던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러한 것 역시 물물교환을 통해 일어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그의 물물교환 중에 가장 부적절해 보이면서 가장 괴짜스러운 물물교환은 아마도 앨리스 쿠퍼와의 오후와 50달러 짜리에 불과한 키스 스노 글로브일 것이다. 그러나 이 키스 스노 글로브가 영화 출연권과 교환이 되는 일이 벌어진다. 여기서 살짝 엿볼 수 있는 것은 물건의 가치이다. 누구에게는 50달러에 불과한 키스 스노 글로브이지만 또다른 어떤이게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이 될 수 있는 상대적 가치.

그는 또한 그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가 한 번 내뱉은 말은 끝까지 지킬려고 노력했다. 야크에서 거래하지 않겠다고 무심코 이야기 한 것, 빨간 클립으로 집한채를 구한다고 한 것 그리고 그 기한을 다 지켰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라도 끝까지 지키는 이런 성격이 어쩌면 그가 집한채까지 물물교환을 이어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조심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