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보다 더 많은 극장수를 자랑하는 대학로에는 그 극장 수 만큼이나 많은 공연들이 매일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많은 공연들 중 옥석을 가리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캐스팅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달라지고, 취향이나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옥석을 가리고자 제가 모든 공연을 일일이 다 보러 다닐 수는 없는 법. 아무리 최근 소셜 커머스의 등장이나 공연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티켓 비용이 종전보다 저렴해 졌다고 해도, 연극이나 뮤지컬을 여러편 보기에는 여전히 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입소문, 리뷰 사이트 참조, 평판, 인지도에 따라 공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공연을 보고 온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 일색이어서,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뮤지컬이었습니다. 또한 꽤 괜찮은 작품을 올리는 연우무대라는 제작사,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작가의 작품, 12회 뮤지컬 대상 최우수작품상과 작사 극본상의 2관왕에 빛나는 작품이라 안볼래야 안볼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보게 된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역시 명불허전. 끊임없는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공연이었습니다. 이렇게 재미 있는걸 왜 이제서야 보게 된걸까요. 대형 뮤지컬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대신 대학로에서 하는 공연답게 참신함이 넘칩니다
시놉시스
시놉시스를 읽기 전 제목만 대충 눈여겨 봤을 때는 산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 '당신의 잠든사이'를 바탕으로 뮤지컬화 한지 알았지만 사실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2월 24일 아침, 카톨릭 재단의 무료병원은 난리가 납니다. 7년째 붙박이로 붙어있던 반신불수의 환자 최병호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진 것입니다. 더군다나 다음날 최병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이 예정 되어 있어 병원장 베드로는 더 애가 탑니다.
갑작스럽게 생긴 사건에 당혹해 하던 베드로는 최병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착실하게 정보를 수집하게 되지만, 알게 되는 것은 그동안 몰랐던 환자들의 과거뿐입니다.
12월 25일 당일까지 베드로 신부는 결국 최병호를 찾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602호 병동의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감상평
장유정 작가의 성공작이자 멀티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김종욱 찾기'에는 멀티맨이 단 한명 등장하여 1인 22역의 역할을 소화해 냅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와서 장유정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을 멀티맨과 멀티걸로 만들어 냈습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워낙 탄탄하기에 멀티맨과 멀티걸 들은 매력있게 다가옵니다. 특히 닥터리 역의 윤태웅이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88올림픽 당시 굴렁쇠 소년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기도 합니다. 어느덧 이렇게 자라 훈남으로 성장했는지 세월이 참 빠르네요.
그의 기본 배역은 닥터리 역할이지만, 이길례와 장숙자가 과거를 회상 할 때는 각각 우편배달부 소년과 유부남 역할로 분합니다. 또한 그는 이길례와 장숙자가 분장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면서 제일 중요한 관객과의 호흡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우편 배달부 였을 때 그는 객석에 편지를 하나씩 전해 주면서 유머스러운 멘트도 하나씩 던져 주며 관객의 웃음을 유도해 내고, 유부남 일때는 낭만 스러운 남자가 되어 장미꽃을 한 송이씩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장숙자 역할의 소정화씨와 유부남 역할의 윤태웅, 그리고 다른 멀티맨과 멀티걸 들의 라틴 댄스는 멋들어졌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춤을 잘 추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연출면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적절히 이용하는게 꽤 돋보였습니다. 현재에서 노망난 할머니 이길례와 알콜 중독자 정숙자의 과거 회상 신은 둘째 치고라도 '당신이 아니라 그녀가 잠든 사이에' 일어나는 영화에서나 봄직한 필름 되돌리기 비슷한 회상 신 연출법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이 절로 올라갑니다. 이 장면은 신파조 성격이 강해서 그런지 많은 여자 관객분들이 눈물을 훌쩍거리더군요.
연극이 끝나고도 관객들의 박수는 오랬동안 이어졌습니다. 소극장에서 하는 뮤지컬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그만큼 관객들이 만족했다는 뜻도 되겠죠......

나 : 최근에 본 소극장 뮤지컬 중 단연 최고다.....
아내 : 재밌고 연출도 너무 좋았다. 그러나 난 신파조 장면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난 신파가 싫다.
아내 : 재밌고 연출도 너무 좋았다. 그러나 난 신파조 장면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난 신파가 싫다.
사진 출처 : 클럽 오! 당신이 잠든 사이(http://club.cyworld.com/iloveyeon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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