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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핑크머니 경제학, 영국경제를 지탱하는 핑크파운드의 비밀


1970년 대 영국은 마이너스 성장 뿐만 아니라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등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976년에는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해야 할 정도였다. 

1979년 당시 총선거에서 보수당의 승리로 집권하기 시작한 마가렛 대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강력한 경제개혁에 착수하기 시작한다. 일명 '대처리즘'이라 일컽는 강력한 경제개혁 정책에는 금융 빅뱅, 국영기업의 민영화, 노동조합의 활동제한을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작은 정부의 지향 등이 포함 되어 있었다. 물론 대처리즘에 대한 폐해와 반발도 있었지만,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강력한 개혁 정책으로 1982년 이후 영국 경제는 고속 성장을 경험 하게 된다. 이후 메이저 정권에 와서 경제가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대처리즘을 거의 대부분 수용한 블레어 정권에 와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게 된다.

서두 부터 뜬금없이 '핑크머니 경제학'에도 나와 있지도 않은 대처리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저자의 주장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영국경제의 성장 이면에는 국영기업의 민영화, 금융 빅뱅 등의 경제개혁 뿐만이 아니라 핑크 파운드의 존재가 있었다.

그렇다면 핑크 파운드란 무엇일까? 핑크 파운드란 게이들이 소유한 자산을 말하는 것으로 그들이 만들어 내고 그들의 지갑을 통해 유통 되는 화폐를 말한다.

영국은 동성혼이 세계에서 16번째로 허용된 나라 로서 동성애자는 인구의 약 6%인 360만(2005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고학력자가 많으며 고액 연봉에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적 감각이 뛰어나며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에 대해서는 '충실한 고객'이 되는 경향이 있다. 소비지향적인 성향이 강해서 많은 돈을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에 반해 저축률도 높은 편이다.

'이웃나우'라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는 2006년 핑크 파운드의 규모를 150조원 규모로 추산했으며 이는 2009년 한국 국가 예산의 3분의 2 수준에 해당 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에 포드, 로이즈, 버진 영국항공, 힐튼, 로레알, 애플, IBM, 씨티은행, P&G, MS, KLM등 수많은 기업이 판촉 활동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들 회사는 또한 친게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저자는 일본과 영국을 오가는 에세이스트로서 경제학자는 아니다. 저자 스스로도 자신의 경제학에 대한 지식을 '물물교환' 수준 정도만 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많은 근거 자료와 숫자 등을 인용했으며 검증에 검증을 더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갖은 숫자가 난무하고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아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영국 경제의 한 경제축을 맞고 있는 핑크 파운드, 즉 핑크머니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어쩌면 우리는 편견에 사로잡혀 중요한 시장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핑크머니 경제학 - 8점
이리에 아쓰히코 지음, 김정환 옮김/스펙트럼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