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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11분, 온 세상을 움직이는 시간


이 책에서 11분이란 옷벗고, 예의상 애정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 몇마디 나누고, 다시 옷입는 시간을 뺀 순수하게 성인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창녀인 마리아다. 그녀가 처음 부터 창녀였던 것은 아니다. 소녀시절 그녀는 돈많은 남자와 결혼하여 장차 유명인사가 될 아이들을 낳고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집에 사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자라면서 여러 남자를 만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고통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결국 그녀는 남자를 잘 다루지만 결코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처음부터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브라질이 아니라 스위스에서 창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되는 11분과 특별 손님인 랄프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창녀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예전에 이혼을 한 한 부부의 이야기를 인터넷 상에서 본적이 있다. 이혼이야 자주 거론 되는 것이기에 어찌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만, 유심히 봤던 이유는 이혼 사유 때문이었다. 이 부부가 이혼 했던 이유는 그녀가 술집에서 일했던 과거 때문이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과거는 결혼 후 10년 이후 밝혀졌던 사건이었다.

그때 이 기사를 읽고 "술집 여자 또는 창녀와 사랑에 빠질 수 있어?"라고 친구와 한참 설전을 벌였었다.

그때 분명 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11분'에서는 창녀인 마리아와 랄프는 사랑에 빠진다. 랄프가 마리아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건 육체를 정신과 분리해서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당시 육체적인 부분에 대해 회의감 비슷한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  사랑은 고통일까?

마리아에게 있어 첫사랑은 아픔이었다. 그런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들과의 거리를 두고 만나는 법을 배운다. 거리를 두고 만나는 관계에서 고통이 존재 할리가 없다. 그러나 역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지인 중에 마리아 같은 사람이 있었다. 전 연인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 큰 나머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거리를 항상 두고 만났다. 이렇게 만나야 최소한 헤어질 때 받을 수 있는 상처는 줄어 들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을리 없었다. 미리 이별을 준비하는 이는 아이러니 하게 그 때문에 이별을 겪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랄프와 사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온전히 그녀를 내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창녀의 일을 그만두고 아무런 조건 없이 랄프를 사랑 할 수 있을 때 그 둘은 진정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 파엘료 코엘료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11분은 참 코엘료 답지 않은 책이다. 책의 문체나 이야기를 끌어 가는 방법은 왠지 그답지 않다. 그리고 마리아가 사랑을 이루게 되는 과정은 흥미로운 이야기 이기는 하나, 코엘료가 그녀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